목회자 컬럼
주일 | 2014-0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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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가만히 있으려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어버이는 봉양하려는 자식을 기다리지 않는다
“어머니! 이번에 한국 가면 어머니 친정에도 제가 모시고 갈게요. 거기서 가까우니까 별교에 가서 꼬막도 같이 먹어요.” 저는 어머니가 그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습니다. 늘 정정한 목소리로 교회는 어떤지, 건강은 어떤지 물으시던 어머니가 정작 당신은 그새를 기다릴 수 없을만치 기력이 없으셨나 봅니다. 노인정 친구분들께 무정한 아들 자랑을 얼마나 하셨으면, “형님이 얼마나 기다리셨는데, 이제사 오셨소! 고향 가신다고 얼마나 날을 꼽으셨는데…” 목회를 핑게로 어머니를 잘 봉양치 못한 ‘고르반’ (막7:8-13)은 바로 저를 향한 주님의 책망입니다. 어버이 날이 되어도, 전화할 곳이 이제는 없습니다.
환경과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지금’ 하지 않으면 기회가 늘 우리에게 있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은 미리 가져다 고민하고 끌탕을 하면서, 정작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놓쳐버리는 것 같이 어리석은 것이 없습니다. 전화도 자주 하고, 기회를 만들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사람 사는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얘, 한국 와서 같이 살면 안되겠니?” 무슨 대단한 일 한다고, 어머니 말씀에 얼버무린 것이 후회가 됩니다.
어버이는 자식이 잘 되기를 기도하지만, 그렇다고 잘된 자식만 생각치 않습니다. 잘 되던 못 되던 자식은 그저 자식이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것입니다. 오히려 어려운 자식이 더 마음에 밟히는 법입니다. 물론 모든 부모님이 다 완벽하지도 않고, 모가 난 분도 계십니다. 자녀와 대화하는 걸 배우지 못했고,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은 더더욱 불편해 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네 부모를 공경하라.”(출20:12)는 명령에, ‘부모가 부모다울 때’란 조건이 붙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 안에서’(엡6:1)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하나님이 부모님을 통해 우리 생명을 주셨고, 지극한 사랑으로 보살핀 결과가 지금의 우리입니다.
화해하지 못한 채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통곡하던 아들을 압니다. 그런데 자기가 아들을 대하는 모습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하며 어쩔 줄 몰라하던 것도 보았습니다. ‘새로운 피조물’(고후5:17)의 관계는 ‘주안에서’ 질적으로 달라져야 하고 달라집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도 그렇습니다. 설령 윗물이 흑탕물이라도 아랫물이 맑게 가라 앉다보면, 그 맑은 기운이 위로도 미칠 수 있습니다. ‘윗물은 더러워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 그리스도인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자주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주 늦기 전에 회복할 관계가 있으시면 당장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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