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람산 비탈길을 내려서 기드론 골짜기를 건너던 순례자들

골짜기 위로 난 돌다리 위로, 요란한 함성을 듣는다.

 

호산나, 왕으로 오시는 이여, 다윗의 자손이여!

병든 자와 귀신 들린 자를 고치고, 죽은 나사로도 살려낸 분.

 

디베랴 들판 굶주린 무리에게 고작 두어 마리 생선과 떡 댓 덩이로

들판을 덮은 무리를 다 먹이신 놀라운 분.

 

가까이 벳바게와 베다니에서부터 따라온 무리도,

멀리 갈릴리에서 유월절 지키러 온 순례자도,

아주 멀리 지중해 건너온 디아스포라들도

 

손에 손에 종려 가지와 들 풀을 흔들며, 외투를 벗어 길에 깔며 외친다.

호산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살랑대는 종려 잎사귀 사이로, 흩날리는 봄꽃 속으로 어린 나귀가 보인다

 

따가운 햇살에 가쁜 숨 몰아 쉬며 이어가는 발걸음,

구경꾼과 순례자들 환호에 놀란 듯 뒤뚱대는 몸짓,

마냥 즐거워하는 개구장이들도 뒤따르며 외친다.

신난다 다윗의 자손이여,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감당키 벅찬 골고다 십자가,

어린 나귀 발걸음같이,

누구에게서도 위로 받을 수 없는

시기와 질투와 철저한 외면당함 속으로

어린양이 들어간다.

어린 나귀처럼 인종(忍從)하며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