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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사람은 가도 사명은 남는다

웹지기 2018.04.14 09:28 조회 수 : 193

주일 2018-04-15 

이번 노회는 아주 힘들었습니다. 아직도 눈에 초점을 잘 못 잡고 있습니다. 혹시 주일까지 제 눈이 초점을 못 잡더라도 혜량하시기 바랍니다.^^ 고시를 치룬 열 여섯 분의 서류와 제출한 원고들을 받아서 고시부원들에게 보내고 미리 채점해 갔지만, 현장에서 필기 시험과 면접을 추가로 치루게 되어 있습니다. 새벽 다섯 시 전에 출발해 여섯 시간 가까이 운전해 현장에 도착해서, 합격자들을 면접하고 이튿날 노회 석상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면 매 고시생마다 전체 노회원들 앞에서 또 구두 시험을 치루게 됩니다. 노회 역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고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나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대단합니다.

 

그래도 잘 준비된 고시생을 심사하는 것은 기쁘고 보람된 일입니다. 제가 노회에 참석한 이래로 첫 ‘삼 세대’ 전도사가 나왔습니다. 마침 아흔이 넘는 원로 노회원 한 분이 중서부를 떠나면서 마지막 인사하는 자리에서, 삼 세대 전도사가 합격해 노회에 들어온 것입니다. 두 분의 나이 차이를 계산해 보니, 70년이 넘습니다. 떠나는 목사님은 노회에서 뵐 때마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단정하고 반듯하게 늙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분입니다. 아론의 수염에 흐르는 기름 (시133:2) 같은 향기를 발하는 분입니다.

 

그런 어른을 보내 드리고 푸릇 푸릇 돋는 새싹을 맞으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나는 전도사 언더케어부터 강도사 고시, 목사 고시, 그리고 목회까지 이 노회를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늦게 시작한 목회지만 벌써 노회 출석하기 시작한 세월이 제법 흘렀습니다. 그 사이 이 세대 영어권 목회자가 노회 다수가 되었고, 이제 삼 세대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삼 세대 경우는 전혀 한국어를 못해 인터뷰와 소명 확인 절차를 모두 영어로 진행 했습니다. 문제는 역시 영어가 아니라 문화입니다. 조부모 없이 자라면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던 삼 세대는, 문화적으로도 극심한 정체성 위기를 경험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믿는 가정에서 자라면서 한인 이세 목회자들과 우리 교단 PCA의 대학생 선교단체인 RUF를 통해 신앙을 지켰고 목회자로 소명을 받아 노회의 지도 아래 들어온 것입니다. 개인마다 특별한 신앙 경험이 있고 목회자로 부름 받는 길이 다르지만, 이민 사회에서 신앙 유산을 지키는 전형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가도 사명은 남습니다.’ 광야 일 세대를 이끌던 위대한 지도자 모세는 가고, 모세의 비서였던 여호수아가 이 세대를 이끌고 가나안을 정복했습니다. ‘사람은 가도 사명은 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신앙 유산을 다음 세대에 대를 이어 전하고 있습니까?  대를 이어 사명을 이어가지 못하는 세대는 실패한 세대로 역사는 기록할 것입니다. 한국인으로 우리 정체성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 이상, 신앙 유산을 지켜 나가는 것이 교회의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