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5-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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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이 운영하는 미 동부지역 학원에서 SAT 시험지를 학원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가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부정행위자는 평소 모의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따는 우수한 학생들이었습니다. 사건이 터지자 일부 한인 학부모는 ‘비싼 학원비 받고, 우리 애는 문제를 안 빼줘서 왜 손해 입히느냐’ 따졌습니다. 자녀 숙제나 자원봉사 과제까지 대신하면서 ‘그 시간에 공부하라’면, 자녀가 뭘 ‘공부’로 알겠습니까? 분명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경쟁에서 이겨 살아 남는 것’을 공부로 알 것입니다.
발각되지만 않으면, 거짓처럼 편한 게 없습니다. 경쟁을 통해 늘 비교하고 비교 당하며 자란 사람은, 있는 그대로 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늘 마음을 쓰게 됩니다. 실제 자기 능력보다 남의 평가가 우선시되면, 거짓으로라도 자신을 치장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부모’란 명분은 거짓조차 과감하게 정당화합니다.어느 미국 고교 교사가 학생들 과제를 채점하다, 아주 비슷한 내용을 두 학생에게서 찾아 냈습니다. 교사는 둘을 불러 추궁했고, 공교롭게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베껴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둘중 하나는 자백했지만, 다른 학생은 끝내 자신의 창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잘못을 인정한 학생은 경고 조치로 끝났지만, 끝내 표절을 인정하지 않은 학생은 퇴학을 당했습니다. 표절이란 잘못은 같지만, 거짓말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미국 학교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 사건입니다.
제가 다닌 커버넌트 세미나리는 시험 감독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준비된 학과목부터 골라서 학기말 기간중 어느 때나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드물지만 부정 행위를 한 학생을, 다른 학생이 고발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앞으로 미국 교회를 이끌고 나갈 영적 지도자들에게, 적어도 그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는 ‘손쉬운 학점’이란 강한 유혹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명예 시스템’은 교실에서 배운 어느 교육과정보다 강력한 ‘잠재적 교육과정’이었습니다.
한국도 좀더 명예로운 사회가 되려면, 누구보다도 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자녀들에게, “지금 당장 더 어렵더라도, 거짓말하기 보다는 ‘손해’를 감수하거라. 혹 잘못했으면 책임을 회피하지 말거라. 그게 훗날 달라진 너를 만들 것이다!” 분명히 가르쳐야 합니다. 자녀를 진정 사랑한다면, 그래야만 하고 그것은 말이 아니라, 부모가 행동으로만 가르칠 수 있습니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남을 가르치고 자리에 있는 지식인들과 지도자들 역시 같은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외친다고 사회가 정의롭게 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하나님 앞에 마음을 겸비하게 하고, 스스로 당장의 이익에 따라 거짓말하기를 그쳐야 합니다. 혹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자녀들과 따르는 사람들도 보고 배울 것입니다. 그럴 때 한국은 좀더 명예로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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