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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한 수 배우게'

웹지기 2016.07.29 21:28 조회 수 : 107

주일 2016-07-31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에 또 이메일 악재가 터졌습니다. 후보 경선을 관리한 위원들과 수퍼 대의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들이 대량 폭로된 것입니다. 그간 위원회의 편파성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던, 버니 샌더스 후보 측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난 셈입니다. 그러나 버니는 힐러리 승리를 인정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연설도 했습니다. 분을 삭이지 못해 시위하며 눈물 흘리던 지지자들 일부가 대회장을 떠났지만, 자칫 위기로 치달을 뻔했던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켰습니다. 공화당 후보로 마지막까지 경선한 크루즈 후보가 트럼프를 지지한 대신, ‘양심대로 투표하라’고 했던 것과 극적인 대조를 이룹니다.

 

트럼프는 곧바로 “다음 번 선거를 위한 치졸한 행동”이라고 크루즈를 비난했고, 반면 버니는 그간 주장했던 주요 정책들을 힐러리 정책 페케지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잘 이기는 것 이상으로 잘 지는 데서, 그 사람의 사람 됨됨이가 다 드러납니다. 편파적 선거 관리의 최대 피해자는 본인 말처럼, 버니 자신입니다. 그러나 그간 자기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애써 왔고, 당장 자기 억울함을 풀기 보다 자기 감정을 삭이며 대의에 충실한 성숙한 모습에서 ‘한 수 배우게’ 됩니다. 유대인 버니가 기독교인이란 트럼프보다는 한결 예수님 모습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공당의 편파적인 관행때문에 당원들은 아까운 지도자 한 사람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세속 정치는 결국 ‘덜 나쁜 지도자’를 뽑는 수 밖에 없는가 봅니다. 어느 한 편을 편파적으로 편역 드는 것 이상으로, 현실 정치를 무시한 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속세에서 벗어나라’ 하시지 않고, ‘악에 빠지지 않게’ 우리를 위해 주님이 기도하신 것은, 우리가 현실에 깊이 뿌리 박고 책임있는 시민으로 살라는 뜻입니다. 아울러 기독교 세계관으로 끊임없이 옳고 그름을 판단해, 옳은 일을 행하란 뜻입니다. 진영논리에 빠진 닫힌 태도로는 세상을 향해 아무 대안도 제시할 수 없습니다. ‘영광된 폐허’ 인간성에도 옳음과 선함,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갈망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습니다.

 

당장은 세상이 편파적이고 그 편파성으로 인해 그리스도인들이 많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그러나 믿는 사람은 자기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옳다고 믿는 믿음의 가치관에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당장 자기와 속한 집단의 억울함을 풀기 보다, 자기 감정을 삭이며 대의에 충실한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가 믿는 믿음에 대해 세상이 궁금해 하는 것이지, 입에 발린 말로는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영논리를 넘어, 유대인 버니에게서 우리도 ‘한 수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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