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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혐오와 희생양

웹지기 2016.06.18 00:00 조회 수 : 174

주일 2016-06-19 

세상이 온통 혐오로 가득합니다. 플로리다의 게이바에서 총기를 난사해, 미국내 혐오 범죄 희생자 기록이 깨졌습니다. 이전 기록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 났을 때, 자칫 재미 한인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그래서 또 다른 혐오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한인들에 대한 보복 없이 잘 넘어 갔습니다. 한국 정부가 사과 성명도 발표했지만, ‘아픈 개인의 문제’라며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지금 보수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그때 나섰더라면, 한국인 이민 문호를 닫겠다며 혐오감을 부추겼을 것입니다. 혐오감은 문제가 있을 때, 늘 “희생양”을 찾습니다.

 

지난 달에는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에서 낯선 남성이 젊은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는데, ‘여성 혐오’냐 ‘정신질환’이냐를 두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범인이 조현병을 앓기 때문입니다. 범인은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 주장해도, 정신착란 증상에서 저지른 일이니,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전문가와 사법부가 판단하겠지만 “정신병 증상도, 사회적 맥락 속에 있습니다.” 망상이라 하더라도 그 망상은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을 반영합니다. 만약 여성에게 무시 당하는 것이 남성에게 무시 당하는 것에 비해 특별히 남성들에게 더 모욕적이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조현병 환자를 모두 희생양 삼을 수 있는 논리입니다. 조현병 있는 사람이 인구 백명중 하나꼴이고, 대학교수나 탁월한 학자도 있습니다. 조현병은 잘 다루면 통제가 가능한 증세라고 합니다. 자칫 이런 사건을 계기로 희생양 삼아서는 안됩니다. 한국 사회에 늘어나는 사회심리적 현상인 여성 혐오가—만약 범인에게 정신병적 망상이 있었다면—그 망상 속에 자리 잡은 것입니다. 여성 혐오가 없다면 그런 망상을 갖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성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문제인 것이지 조현병이 문제가 아닙니다.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 편가르기 하며 진영논리에 빠져 언제나 희생양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식” 사고방식에서 먼저 벗어나야 합니다.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 삼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성 혐오가 망상으로까지 발전될 지경이라면 그 심각성을 인정하고, 사회 전반에서 이런 의식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의식의 변화가 먼저입니다. 기독교인에게도 동성애가 죄인 건 맞지만, 혐오는 더 큰 죄입니다. 주님은 약자를 희생양 삼는 탐욕을 더 경계하셨고, 그 표현으로 그 시대의 사회적 약자로 따돌림 당한 죄인과 창녀, 그리고 세리들과 종종 어울리셨습니다. 믿음은 기도할 때 감은 눈이 아니라, 타 종교인을 바라보는 눈에서, 찬양할 때 힘주는 목소리가 아니라 배우자를 대하는 말투에서, 설교에 집중하는 귀가 아니라 우는 자들에게 기울이는 관심에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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