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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초심 Integrity

웹지기 2017.04.22 22:34 조회 수 : 92

주일 2017-04-23 

기도해 주신 덕에 시카고로 노회를 잘 다녀 왔습니다. 노회에 참석할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십오년 전 우리 노회에서 전도사 언더캐어를 받았고, 강도사 고시와 목사 고시를 치뤘습니다. 저를 고시했던 노회원들은 대부분 은퇴했거나 없지만, 이제는 제가 고시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맡은 자로서의 부르심을 확인하는 언더캐어 질문을 던질 때는 스스로에게도 같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답변을 듣곤합니다. 과연 얼마나 충성되게 주님이 맡겨 주신 목회 사역을 감당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양무리들을 목양하는지 돌아볼 때마다,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그리고 콜럼비아에 처음 왔을 때도 돌아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초심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시를 출제하고 인터뷰하는 일은 여간 벅찬 일이 아닙니다. 다른 노회원들 보다 하루 먼저, 그것도 꼭두 새벽에 출발해야 시험장에 겨우 도착합니다. 물론 제출된 논문과 설교 등은 고시 전에 미리 읽고, 필요하면 피드백도 줘야 합니다. 가장 힘든 일은 준비가 부족한 고시생을 불합격 시킬 때입니다. 이번 노회에서도 두 분의 전입 목사가 불합격했습니다. 목회는 목사가 알아서 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경과 교단 헌법이 부여한 분명한 책임과 권리에 따라야 하는 전문적인 일이 목회입니다. 분명한 신학적 기준을 갖지 못하면 자기 편리한 대로 제 멋대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만과 탐욕으로 초심을 잃기도 하지만, 기준이 흔들려 그렇게 되는 것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교회 말빈 목사님과도 비슷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목회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 묻길래, ‘신학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랬더니 자기도 같은 생각이라고 동의를 했습니다. 물론 말빈 목사님은 PCUSA 소속이라, 우리 PCA와는 신학이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동의했던 것은 각자 소속된 교단의 신학 전통과 교회 정치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리 재주가 많아도 말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어저께나 오늘이나 아무 때든지 영원토록 변함없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인간적 한계로 인해 신학적 전통이 다를 수는 있지만, 기준 없이 자기 편리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목회자가 취할 태도는 아닙니다.

 

저는 고시생들을 접할 때마다 제가 초심에서 얼마나 벗어났나 돌아보고, 때때로 깨우침을 받기도 하고 깊이 반성하게도 됩니다. 성가신 고시부 일이지만 궂이 피하지 않는 이유가 ’초심’을 유지하는데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얼마나 부족하고 자주 초심이 흔들리는지 주님은 잘 아십니다. 그렇게 충성되지 못한 저를 충성되게 여겨 주셔 아직 목양의 일을 맡기시니 은혜가 한량 없습니다. 여러분 눈에도 보이실텐데 믿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