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7-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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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단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줄거리입니다. “자유당 정권이 한창일 때 공무원인 아버지가 좌천되면서, 서울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온 ‘나’는 반장이자 독재자로 군림하는 엄석대와 불편한 관계를 시작합니다. 한 학년동안 엄석대는 담임 선생의 두터운 신임과 아이들의 절대 복종을 받으며 학급을 지배합니다. 성적뿐 아니라 주먹 싸움도 월등해 학급을 완전 장악하고, 그게 생리에 맞지 않은 '나'는 엄석대의 권위에 도전합니다. 이기려는 모든 노력이 부당하게 좌절되자, 반장의 폭력과 비리를 담임에게 고발합니다. 그러나 ’나’는 도리어 '불량한' '외톨이'가 되고, 결국 그 질서에 굴복하고 맙니다. 대신 엄석대의 질서 아래에서 안녕을 누립니다.
새 학년이 되고 학생들을 직접 챙기는 새 담임 선생으로 바뀌자, 엄석대의 굳건한 성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자기 시험지를 공부 잘하는 애들이 쓰게 한 조작 사건으로 엄석대는 몰락합니다. 학급은 새 질서에 잘 적응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지만, 점차 민주 질서를 회복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험과 경쟁 속에 지내던 ‘나’는 이 모든 것을 기억 속에 묻고 지냅니다. 대기업을 떠나 대리점 운영하다 망하고 실업자로 전락했을 때, ‘나’는 엄석대가 이뤘던 그 질서가 다스리던 가혹한 왕국에 내던져진 것을 절감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수갑에 채워져 경찰에 끌려가는 엄석대 모습에서 ‘나’는 어린 시절 영웅같던 모습이 아닌, 바로 그런 질서에 복종하며 무력했던 우리들 모습을 봅니다.”
저도 입대해 통신병으로 후반기 훈련받다, 중대장 명령으로 인근에 짓고 있던 국영 기업 건자재를 훔쳐낸 적이 있습니다. ‘감히 상관 명령에 거부 못 하던 시대라’ 하기에는, 너무나 치욕스런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국가공무원이 위법한 명령에는 거부해야 한다’는 ’영혼없는 공무원 방지법’이 추진된다고 합니다. 저같이 악한 질서에 굴복한 사람의 논리는 “내가 피하더라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양심에 어긋나 하기 싫은 일을 다른 누구한테 맡기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킨 사람의 논리는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너희는 시키는 대로만 하라.”
한국사회는 지금 아주 좋은 ‘배울 기회’를 맞았습니다. 좌우나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이고, 정의의 문제입니다. 소수 특권층과 사조직이 움직이는 국가는 곧 망합니다. 역사의 교훈입니다. 그점에서 이 시대의 엄석대들은 배울 기회를 제공한 공이 큽니다. 문제는 배울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배울 기회를 놓치면 반드시 불의하고 불공정하고 불편한 경험을 똑같이 되풀이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귀를 막아 가난한 자의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자기의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 (잠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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