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7-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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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은 다양한 조건에 따라 결정됩니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라도 소득은 분명 삶의 질을 좌우할 주된 요인입니다. 그리고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정도와 건강, 주거 조건, 교육과 환경, 정치 참여와 여가생활, 그리고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삶의 질은 결정됩니다. 한국은 OECD 국가중에서 ‘삶의 질’이 아주 낮은 편입니다. ‘최상위’라는 교육도 ‘국제 비교에서 성적이 높다’는 거지, ‘교육의 질이 높거나 의미있는 교육이 이뤄진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정치 참여나 시민의식 수준은 요즘 세계인들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높아 보입니다. 연인원 천만이 시위하고도 별 불상사 없는 것과 이웃 퍼그슨에 만 명도 안된 시위자가 저지른 약탈과 방화만 놓고 봐도 쉽게 비교됩니다. 촛불과 태극기라는 상반된 정치 참여가 서로 공존하는 것도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그렇게 보면 시민의식이 상당히 성숙해 보이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삶의 질이 높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당신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인은, 조사 대상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선 시간을 묻는 항목에서도 한국인은 끝에서부터 세번째로 짧습니다. 장애 자녀를 위해 이민을 떠난 부모가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무례하고 무정한 기독교인들도 거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장애 자녀 때문에 끝내 청빙받지 못한 목사 친구가 했던 말이, 지금도 귀에 밟힙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전통사회나 유교적 전통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서, 가족간 결속력이 강하고 사회구성원 간에도 유대가 끈끈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지만, ‘삶의 질 보고서’가 숫자로 보여준 현실은 그 주장과 상반됩니다. 동료들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아이들, 학업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부모를 죽인 고교생, 끊이지 않는 ‘갑질의 횡포’들은 한국사회의 '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삶의 질은 '경제 사회 상황'과 '심신의 건강'뿐 아니라, 관계성에 따라 결국 결정됩니다. 그리고 관계성은 가족과 지역, 사회와의 유대는 물론 심지어 자연과의 관계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입니다.
“여간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잠15:17) 우리가 누리는 삶의 질은 외부의 객관적 조건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속에서 어떤 자세로 관계성을 드러내느냐에 달렸다는 말씀은 아닐런지요! 그 관계성은 마치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심같이’ 먼저 믿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통해, 그리고 그 사랑의 지경을 넓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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