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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선교사 편지

선교를 다녀와서 (Youth 김수은)

웹지기 2013.12.12 21:43 조회 수 : 1115

선교를 다녀와서

김수은

 

 나는 미국에 와서 교회를 처음 다녀봤다. 살면서 성경 한 구절도 읽어본 적이 없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항상 의문하기만 했지 믿을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미국에 온 지 3개월째 엄마는 일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 계셨고, 미국에 남은 아빠와 두 딸은 겉으로는 항상 웃지만 속으로는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교회에 나가 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나도 조금은 지쳐있을 때였기에 한 번 해보자하는 식으로 주일마다 교회에 나갔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게 힘들었지만, 한 번 전도사님 설교를 집중해서 들으려고 하다보니 나에게 꼭 필요한 말들이 많았고, 힘들 때 마다 주일에 들은 말씀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때까지 나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왜 사람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할까?’ 라는 것이었다.


그 때 나에게 선교를 갈 기회가 찾아왔다. 살면서 한 번쯤은 내가 항상 누리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부모님 없는 곳에서, 나를 극한 상황에 놓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랬기에 나는 벌레가 우글거리는 딱딱한 바닥에서 잘 준비가 되어있었다. 내가 몰랐던 것을 깨닫기 위해 하루 종일 불평불만 안하고 땀 흘려 일할 준비도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선교를 가기 전, 내가 설렌다고 대답하면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곤 했다. 출발 하는 날의 아침이 밝고 그 날 저녁에 마나과 공항에 처음 도착해서 선교사님 얼굴을 봤을 때, 무언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인자한 얼굴에 사랑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선교지에 와있다는 느낌이 아직 들지 않았다. 중앙아메리카의 최빈국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공항이었기 때문이다.


밴을 타고 에덴 센터로 이동하면서, 점점 늘어가는 허름한 집을 보면서 조금씩 실감이 났고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도착한 에덴 센터는 내가 극한 상황을 생각한 것이 무색 할 만큼 시설이 좋았고 선교사님들이 빈민가 한 가운데에 센터를 세우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상상도 안됐다. 첫 날밤에 순탄한 선교를 위해, 그리고 에덴 센터의 모든 것을 위해 예배당에 모여 기도를 하고 잠에 들었다.


다음 날은 주일이었다. 아침 9시부터 센터 문 앞에 현지의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정문 앞에 서서 짧은 스페인어지만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반기고 예배에 참여했다. 미국 교회에서 하는 예배와 다른 점은 사람들이 앞에서 무엇을 하던 집중을 못하고 산만한 모습이었고, 다른 현지 교회들보다는 형식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찬양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예배 순서 중에 사람들 앞에서 부족하지만 우리가 준비해간 스페인어 찬송과 율동을 했다. 그리고 예배 마지막 순서에 에덴 기독학교의 선생님들께서 차례로 성경 69구절을 암송하셨는데 정말 대단했다. 어떻게 그런고 하니 선교사님께서 에덴 학교에서는 앞으로 몇 년 안에 한두 명 이라도 예수님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일할 수 있는 리더를 길러내려는 목표로 혹독하게 훈련한다고 하셨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도 새벽같이 교회에 나와 성경통독부터 시작해서 말 그대로 눈물이 쏙 빠지는 훈련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수업이 끝나고 눈물을 훔치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준에 못 미친 학생들은 안타깝지만 당장 장학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했다.


주일 예배가 끝나고 오후에는 에덴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과 함께 준비해간 오징어게임을 했다.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는데 선교사님이 오셔서 처음에 설명해주시고 그 다음부터는 몸짓으로 마음으로 대화했다. 우리가 준비해간 게임을 마치고 현지 목사님의 지도로 현지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함께 했는데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선교 팀도 해맑게 웃으며 열심히 참여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낯가림 없이 우리와 함께 잘 어울려줘서 놀라웠고 또 고마웠다.


그 다음 이틀,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학교에 다니는 4, 5,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풍선도 같이 만들고, 페이스 페인팅도 하고, 손톱에 매니큐어도 칠해주고, 종이 접기도 같이했다.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웃는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우리가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지만 잘 따라와주고, 먼저 다가가기가 힘들어 머뭇거리는 팀원들에게도 다가가 장난 거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멋있었고 그런 점을 본 받고 싶었다. 수업중간에 쉬는 시간에 놀이터 안에 머쓱하게 서있던 나를 툭 치고 도망간 아이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한 것과 내가 비눗방울을 불어주며 부족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려고 하면서 아이들과 정이 들어버렸다.


점심시간에 아이들의 식사를 도와줄 때 야무지게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과 열심히 먹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장난을 거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물론 같이 지낸 지 몇 시간 되지 않았지만 그새 정이 들었는지 사진으로 라도 추억을 최대한 많이 남기려고 노력했고 몇몇 아이들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다.


학교가 끝난 오후 중에 하루는 에덴 센터 근처 집들로 소독을 나갔다. 에덴 센터 안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가니 전혀 다른 세상이어서 충격도 조금 받았다. 선교를 오기 전에 굳게 한 다짐을 잊고 벌써 에덴 센터 안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나는 잘하고 있다라고 자만했는지 현지인들이 사는 환경을 보자 한 대 얻어 맞은 듯 멍 해졌다. 벽도 없이 헌 현수막이나 천 쪼가리로 대충 덮어 놓은 화장실, 그 곳에 들끓는 세균, 벌레들, 그리고 그런 곳에 아무데나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다 보니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주일예배 때나 학교에서 볼 때는 말끔하게 차려 입고 깔끔한 모습으로 왔는데 그 아이들이 살고 있는 환경을 보니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나보다는 부족한 환경에서 살지만 더 행복해 보였고, 더 마음이 열려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착하고 천사 같은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고, 그런 것들에 만족하면서 산다는 게 안타까웠다. 당장 그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당장 소독약 하나 제대로 다룰 수 없었고 아이들을 위해 다 무너져 가는 집을 고쳐줄 수도 없어 더 마음이 아팠다.


집집마다 들어가면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내 또래 정도 되거나 나보다 조금 나이 많은 엄마들이 있었는데 나이를 물어보니 대부분 10대 후반이어서 깜짝 놀랐다. 선교사님께 물어보니 니카라과 사람들은 15살쯤 되면 정신수준이 거의 성인이고, 여자들은 13살부터 아이를 낳기 시작한다고 하셨다. 내가 한국에서 공부에 목 매달고 있을 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일할 생각도 하지 않게 되어버렸는지 안타까웠다. 10, 20대인 사람들의 얼굴에서 3,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고생의 흔적이 많이 보였다.


도착한 지 네 번째 날인 수요일에는 마나과에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산골마을인 Boaco에 갔다. 산 넘고 물건 너 1시간여를 걸어간 끝에 마을에 도착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을에 도착할 때쯤에는 모두가 기진맥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 마을에 중간중간 흐르는 강물은 흐르는 물이지만 사람들의 화장실, 빨래터, 목욕탕으로 사용되고 있었기에 모두 박테리아로 오염되어 빠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올라 가는 길목 마다 가축들이 자유롭게 돌아 다니고 사람들은 마당에 나와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이럴 시간에 이 사람들이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도착한 후 마을의 작은 교회로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지난 주일에 했던 찬송을 다시 한번 하고 준비해간 피냐타를 만들면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다. 아이들이 피냐타를 막대기로 쳐서 조그만 사탕 하나가 떨어질 때 마다, 피냐타의 한 모퉁이가 떨어질 때 마다 그게 뭐라고 달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그 곳의 사람들은 게임이라며 웃고 있었지만 사탕 하나를 더 먹으려고 서로 밀치며 달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뒤에 선교사님께서 Boaco학교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들만 불러서 따로 성경공부를 시키셨다. 알고 보니 그 학생들 중 몇 명을 선정해서 에덴 학교로 데려가려고 하시는 것이었는데 그 중에 가장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에덴 센터로 데려가려고 해도 데려가지 못 한다고 했다. 선교사님께서 그 아이의 어머니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이가 자신처럼 고생하는 것은 싫다고 하면서도 센터로 보내기도 싫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한국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을 자기보다 잘난 사람으로 만들려고 안달이 났는데 그 어머니는 아이와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혹시 자신 보다 잘 될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자격지심을 가지게 될 까봐 아이를 보내지 않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들과 사탕 한 개를 돌려먹으며 웃고 있는 그 아이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Boaco에 다녀온 다음날인 에덴 센터에서의 마지막 날에 있었던 선교 평가회에서는 짧은 선교였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우리 선교 팀이 눈물바다가 되었다. 아마 아이들을 향한 선교사님들의 세심한 사랑과 케어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이외에 현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린 것을 제외하고 시내에 나가본 것, 선교 마지막 날 호텔에 가서 하루 묵은 경험은 니카라과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한지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같은 나라에 살지만 부자들은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쓸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선교를 마치면서 내가 선교 가기 전에 가진 의문들이 절반 정도는 풀린 것 같다. 남은 절반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 인 것 같다. 선교를 다녀와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법, 매사에 열심히 하는 법,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운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큰 계기가 생겼다. 다음에 선교를 또 가게 된다면 이번에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VBS활동들과 현지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열심히 배워가고 싶다. 또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그것도 타지에서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매 사이가 더 끈끈해진 것 같고 동생도 나도 좀 더 강해진 것 같다. 이런 소중한 경험 기회를 제공해주시고 안전한 선교되도록 미국에서 기도해 주신 분들, 현지에 가서 우리를 여기저기 구경시켜주신 정연효, 오경자 선교사님, 선교를 보내주신 부모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 주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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