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4-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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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왜 변칙으로 세습한 교회 얘기를 컬럼에 좋게 쓰십니까?” 지난 주 컬럼을 읽고 어느 분이 제게 물으셨습니다. 물론 저도 그 교회가 담임목사 아들에게 멀지 않은 곳에 건물과 상당수의 교인을 떼어줘 분가하는 형식으로 세습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질문 또한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제 옷깃을 다시 한번 여미게 됩니다. 저는 미국교회 교우들로부터 그 교회 이름을 여러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년전 우리 교회를 취재해 기사로 냈던 Missourian도, 그 교회를 세계 최대 장로교회라고 기사의 일부로 소개한 것을 읽으셨을 것입니다. 새로 부임한 리치 목사님도 에티오피아에서 보았던 병원들과 대학들을 그 교회가 세운 것이라서, 그 이름을 기억하고 제게 물으셨던 것입니다.
그 교회 재정을 담당했던 수석 장로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것이나, 수백억 비자금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공산주의 침략을 당할 때, 에티오피아가 와서 도와준 빚이 있다.’고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그런 기특한 일에 대해 선뜻 같은 민족, 같은 장로교인이라고 기뻐할 수 없는지 제 마음도 사실 착찹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정해진 룰에 따라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그것은 적폐가 되기 때문입니다. 세계 제일 세계 최고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작은 일부터 성경적인 윈리에 따라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게 이의를 제기하신 분도 한국 교회에 대해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의식을 갖게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건전한 비판의식은 꼭 필요합니다. 어떤 조직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비판의식에 기초한 검정(check & balance)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일반 사회 조직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사람 앞에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 앞에서 어떤 모습인가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판단을 무시하자는 뜻이 아니라, 인간적인 수준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높은 도덕적 영적 수준이 요구된다는 말씀입니다.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교회들이 하나씩 차례로 적폐로 판명나는 것을 지켜보면서,제 마음이 한없이 무겁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를 바라보고 제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 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이고, 우리는 과연 하나님 앞에서 어떤 존재인가? 내 안에 여전히 준동하는 ‘육체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은 어쩔 것인가? 골방에서 무릎꿇게 됩니다. 철저히 무너진 예루살렘 소식을 전해들은 느헤미야는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통곡하며 금식했습니다. 무너진 성벽을 다시 쌓을 대안을 세우며 기도했습니다. 비판하는 그들은 사실 남이 아닙니다. 우리가 부둥켜안고 기도해야 할 우리의 일부입니다. 정말 한국교회가 첫 사랑을 회복하고 개혁될 수 있도록 금식을 선포하며 눈물로 기도할 때입니다. 개혁은 안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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