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5-0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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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한 어느 고교 야구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야구의 명문도 아니니, 중학교 유망주들이 선호하는 학교도 아니었고, 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운동장은 비좁고, 학교 지원도 넉넉치 못했습니다. 학부모와 함께 학교를 찾아왔던 선수들도, "여기서 어떻게 야구를 하느냐?"며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악조건과 별 볼일 없는 성적은, 매해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새 감독이 오면서, 몇 가지 병폐를 바로 잡았습니다. 우선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야구부 식사 뒷바라지를 하던, 병폐를 바로 잡았습니다. 학교 급식만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였습니다. 그러자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학부모들의 간섭과 뒷말들이 사라졌습니다.
또 구타와 욕을 없앴습니다. "가장 민감한 청소년기 학생들입니다. 믿고 따르게 하려면, 인간적인 대우가 우선이지요." 감독의 지론이었습니다. 선수와 감독 사이에 신뢰가 생겼고, 이 사실은 소문이 되어 고교 야구계에 퍼져 나갔습니다. 중학교 유망주 가운데는 그 말을 듣고, 제 발로 찾아온 선수들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선수들이 모였고, 팀웤을 다져 나갔습니다.
감독은 또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을 챙겼습니다. 서울의 고교야구 감독 가운데서 유일한 교사 감독인 그는, 37명의 동료 교사들과 함께 매달 만원씩을 추렴해 가난한 선수들을 도왔고, 가장 돈을 적게 쓰는 팀을 운영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신뢰의 두께는 더 두꺼워져 갔습니다.
끝으로 감독은 승리에 대한 집착을 없앴습니다. 두 번이나 결승전에서 에이스를 대신해 '세 번째 투수'를 선발로 냈습니다. 주위에서는 "에이스를 내세워 밀어붙여야, 우승할 것 아니냐?" 했지만, 소신대로 그는 선수를 보호하고, 팀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두 번 다 잘 던졌고, 팀은 그 해 두 번 다 우승을 했습니다. 가장 큰 대회를 앞둔 시점에 기자가 물었습니다. "이제는 마지막 대회다. 3관왕을 노려볼 만하지 않느냐?" 씩 웃으면서 감독은, "이제 1, 2학년에게 기회를 줄 때지요.” 십여년전 제가 스크랩해 두었던 유영준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아주 낯선 이름이지요?^^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선장과 선원들이 몰래 달아나던 13개월 전에도, 구명조끼조차 양보하고 제자들을 구조하다 순직한 아주 낯선 이름들이 있습니다. 양승진, 고창석, 전수영, 이니나, 유지혜, 김응현, 박육근,이해봉 선생님… 한강 철교를 폭파하고 달아난 대통령 이름, 도성을 버리고 날아난 왕들 이름은 아주 유명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은 이름도 빛도 없는 낯선 이름이지만, 그분들 이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꼭 지난 주에 한국에서 스승의 날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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