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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선교사 편지

‘나바호 보호구역’. 이곳에 단기선교를 다녀온 사람들은 이곳을 가리켜 ‘창살없는 감옥’ 혹은 ‘거대한 난민촌’이라고 표현합니다. ‘참혹’ 또는 ‘참담’ 이라고도 합니다. 정말 이곳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닙니다. 모든 땅이 벌건 황무지 뿐입니다. 풀마저도 자라지 않는 완전한 황무지도 적지 않습니다. 늘 물 부족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상하수도 시설, 전등이 없는 집도 많습니다. I-40 하이웨이로 지나가는 길 근처에 판자집 같은 집들이 보이는데 이런 집에는 그나마 좀 괜찮은 형편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80% 이상이 알코올 중독자, 마약 중독자입니다. 환각술을 마셔대고, 헤어스프레이를 흡입하고, 심지어 자동차 개스(휘발유)를 빼서 마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깨어진 가정 역시 80% 이상이 됩니다. 많은 10대의 청소년들이 임신하여 아이들의 부모가 됩니다. 하지만 미혼모가 대부분이며 따라서 아이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그러면 정부의 소셜워커가 그 아이를 다른 나바호 가정에 입양시킵니다. 하지만 새로 입양된 집 마저도 사정이 비슷하여 그 아이는 또 다른 나바호 부족 집으로 입양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 집에 살아도 전혀 가족이 아니며 형과 동생이 서로 이름도 모르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기도 합니다.많은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알코올 중독에 찌들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며, 그들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이런 악순환이 대물림되고 반복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와도 친구가 없으며 집 밖을 나가면 나무 하나 보이지 않는 그저 황토색으로 도배된 땅뿐입니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지적, 정신적 지체 장애 아이들이 많습니다. 지적, 정신적 발달이 현저히 지체되어 저능아 같은 아이들, 그리고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하거나 무언가를 향해 분노를 품고 있는 아이들로 넘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아이들을 포함하여 이곳 원주민들은 비만 증세가 심합니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인해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남녀노소 할 것없이 대부분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멍하고 무관심하고 생기가 없으며 기가 꺾여 보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이곳 원주민들은 아프리카, 남미, 북한, 6.25 직후의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불행한, 이 지구 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문제는 대부분 경제적인 것이지만, 이곳 사람들의 문제는 그것을 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잘 살아보려는 의욕이나마 있지만,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알코올, 마약 중독, 무기력증, 좌절감에 빠져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듯한 삶을 한 평생 살다가 죽는 것입니다. 자살률도 바깥 세계보다 5배 이상이며, 그들의 평균수명은 약 45세에 그치고 있습니다. 문명대국인 미국에서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정말 이것이 현실일까 의아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본래부터 이런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1868년 이후 백인들에 의해 이곳 보호구역에 갇히다시피 하기 전에는 이 땅을 누비면서 자유롭게 살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적인 수제품 제조 기술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과거부터 내려오는 그들의 전통적인 교훈은 예수님의 산상수훈의 말씀과도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남에게 선을 베풀라, 남을 도와주라, 남을 해치지 말라’ 등입니다. 기록을 보면, 한 스페인 신부는 캘리포니아 원주민을 만났을 때 그들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작은 것도 서로 나눠 갖고 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인 것은, 한국인들 가운데도 자연과 모든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을 가졌으며 높은 도덕적 교훈까지 소유했던 그들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그들은 이러한 전통을 잃어버렸으며 그들 자신의 조상들에게 언제 그런 것이 있었는지 도리어 모를 정도가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기상과 정신은 이제 다 사라지고 황폐한 땅과 함께 황폐화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황무지같은 그들의 삶에도 꽃이 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을까요? 있습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하며 무성하게 피어 기쁜 노래로 즐거워하며 레바논의 영광과 갈멜과 사론의 아름다움을 얻을 것이라 그것들이 여호와의 영광 곧 우리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리로다”(이사야 35:1-2)는 말씀처럼, 전능하신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습니다. 복음은 그들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바호 원주민 선교와 관련하여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하는 대목은 어린이 혹은 청소년 선교입니다. 그들은 불행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도리어 복음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른들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로 하여금 먼저 복음을 받아들이고 변화받게 하고 이들을 통해 어른들도 변화받게 하며 결국 전체적으로 복음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바호 보호구역은 모두 110 챕터(Chapter, 지역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지역들을 대표하는 88명의 의원들로 이루어진 의회(Council)도 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그들 모두가 환영하며, 또 그 의회나 나바호 교육국에서마저도 좋아할 일입니다.

 

아이들이 예수님을 영접할 뿐만 아니라 제자화 훈련을 잘 받으며, 그 제자화된 아이들이 주위 아이들과 또 부모 세대까지 전도하도록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거에 우리나라 시골 교회에서는 중학교 1학년만 되어도 주일학교 교사 일을 잘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3년에 성경을 일독하는 성경 읽기 캠페인이 성행하고 있는데 그것을 이곳에서도 시도할 수 있으며, 또한 성경 암송, 성경 공부 등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세상 그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한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청소년을 복음화 하는 일과 관련하여 다양한 방법적 접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일은 음악을 통한 전도 일입니다. 남아프리카 수단의 ‘이태석 신부’의‘울지마 톤즈’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악단 구성의 의미와 효력은 대단할 수 있습니다. 악단은 청소년들에게 삶에 대한 소망을 주며 자신들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그 결과 알코올과 마약의 세계에서 벗어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주위 환경은 거의 전부 알코올 중독, 무기력한 모습들이며 그래서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세계의 전부요 운명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데, 악단을 통해서 바깥 세계으로 나오게 하여 바깥 세계도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좋은 크리스챤이며 동시에 좋은 뮤지셔너가 될 때 특히 우리 한인 사회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환영받을만한 많은 일들이 전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악단 구성이 성공한다면, 이는 우선 나바호 보호구역 지역 전체에 큰 파급효과가 있게 될 것입니다. 다른 챕터(지역구)에도 실현이 가능하고 또 미국에 있는 다른 원주민 사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모델 하우스처럼 만들어서 그것의 장점들을 살려서 다른 원주민 사역에서 적용하며 원주민들끼리도 서로 연결, 소통시킬 수 있도록 이식해 나가는 것입니다.

 

본래 그들은 음악 등 예술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과거 스페인의 미션 시대에 건립되었던 이 근처의 ‘미션 산호세’(Mission San Jose, 현재 Fremont 시에 위치)에는 원주민 오케스트라 성가대가 조직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1700년대 말에 이들은 성가대가 조직된지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미사를 드릴 때에 악보를 보면서 찬양곡을 부르고 플룻, 바이올린, 트럼펫과 드럼을 연주했으며 당시 유명하게 되어 캘리포니아의 다른 지역 미션의 미사에도 참가했습니다. 이처럼 그들은 본래부터 저능아도 아니고 황폐화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에 그들이 그러했다면 지금은 더욱 잘 할 수 있고 일어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들은 울타리 없는 감옥과 같은 곳에서 속박되고 억압된채 아픔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정신과 영혼은 울고 있으며 무언가를 향해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호구역 바깥의 세상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기 어렵습니다. 설령 바깥 세상에 나온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이 그곳 사람들과 경쟁이 도무지 되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서 혹은 다시 그 슬픔의 땅으로 돌아가, 이러나 저러나 망가진 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음악을 잘하는 것은 그들에게 바깥 세상에서 하나의 직업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실제적인 대안과 소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고기를 잡아 주는 일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음악은 지적, 정신적, 정서적 장애인들에게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입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나바호 원주민들 가운데 이러한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음악은 이들의 치료에도 좋은 효험이 있게 할 것입니다.

나바호 원주민들은 자신들에게 불행을 안겨주었다는 이유로 백인들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한인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합니다. 이제 나바호를 비롯한 원주민 선교는 그들과 같은 형제인 우리 한인의 몫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이곳 캘리포니아 지역도 과거에는 원주민의 땅이었으며 그들의 후손들이 지금도 곳곳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또 선교를 하면 좋을 것입니다.

 

금문교 아래쪽의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부터 몬트레이 지역까지는 모두 ‘올론’ 부족이 살았던 곳입니다. 그 위로는 ‘포모’ 부족(참고: 산타클라라연합감리교회), 그리고 오른쪽의 새크라멘토에서 요세미티까지는 ‘미웍’ 부족, 그리고 요세미티 오른쪽으로는 ‘파이웉’ 부족(참고: 산호세새소망교회)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곳이 과거에 스페인 혹은 미국인들로부터 피해와 고통을 입었던 지역들입니다. 

 

원주민들은 말 그대로 이 땅의 원주민입니다. 미국인을 포함하여 다른 모든 사람들은 사실 나그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복음을 받아들여 믿음을 갖고 이 땅을 책임지며 제사장의 직분을 담당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남종 선교사의 블로그에서 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