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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눈은 은혜로소이다

웹지기 2013.03.02 12:29 조회 수 : 1930

주일 2013-03-03 

브로드웨이 길을 운전하는데, 아내가 어머 저 코끼리 봤어요? 사진 찍었어야 하는데.아내의 감탄은 문득 아침 일찍 눈 치우고 캴슘까지 뿌린 제 무뎌진 감성을 일깨웠습니다. 눈으로 코끼리 만들 재주는 없어도 눈송이를 보면 흥얼거리며 연필 끄적이던 때가 나도 분명 있었는데, 어느새 눈이 치우고 조심할 대상이 된 것입니다. 아내 이야기를 듣고 눈길을 운전하며, 문득 감사한 마음이 눈처럼 머리 위로 내렸습니다. 창 밖 풍경이 달리 펼쳐졌습니다.


모든 것을 깨끗하게 덮어버리는 첫 모양도 은혜지만, 녹아서는 대지의 갈한 목을 축이는 그 끝 모양까지도 눈은 은혜입니다. 목 축인 대지가 죽은 것같던 가지에 새 싹을 터뜨리고 꽃을 피울 것입니다. 눈 내린 끝자락에 부활절이 있는 것도 섭리입니다. 초대교회에서는 부활절 새벽에 세례를 베풀었는데, 세례 받는 사람들이 회개하며 세례를 준비하던 기간이 40일이었습니다. 그 사십일 첫날은 항상 수요일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도 니다. 재의 수요일 예배에서는 목사가 성도들 이마에 물에 적신 재로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 재는 지난 해 종려주일에 쓰인 종려가지를 태워 만드는데, 1년 전부터 미리 준비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을 태우는 헌신을 상징합니다. 그 사십일을 사순절(Lent)이라고도 합니다.


사순절에는 전통적으로 첫 주,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유혹, 둘째 주 죄를 물리치라는 명령을 묵상합니다. 셋째 주는 회개로의 요청을 묵상하고, 치유와 회심을 묵상하는 넷째 주는 '장미주일(Rose Sunday)'로도 불립니다. 죄인의 회개로부터 그리스도의 치유 능력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주일은 종려주일로 부활절을 미리 맛보는 주일입니다. 1세기 말 ‘디다케’ 문서는 세례 베풀 자와 받을 자, 할 수 있는 다른 이들도 금식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즉 신앙공동체가 함께 금식하면서 각자 받은 세례를 기억하고 믿음을 다시 점검하는, 언약 갱신의 기회로 삼았던 것입니다.


음식과 시간, 돈 등 우리 삶을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스스로 포기하고 더 본질적인 것을 취하는 것이 금식입니다. 인터넷과 TV에서 자신을 떼어놓는 ‘미디어 금식’도 그중 하나입니다. 흰 눈이 덮은 사순절의 출발입니다. 우리 모든 죄가 눈같이 희여지며(1:18), 새로운 생명력으로 가득 채워지는 사순절 기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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