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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비 오는 날

웹지기 2013.06.02 09:27 조회 수 : 1375

주일 2013-06-02 

올해는 비가 참 잦습니다. 미주리 주요 농작물이 옥수수인데, 파종 시기에 비가 너무 잦아 콩이나 다른 작물로 바꿔 파종한다고 합니다. 운동 하려고 날 잡으면 비가 오고, 야외 활동 계획도 비로 인해 번번이 취소하게 됩니다. 여름학기 시작 전에 자녀들과 함께 낚시를 가려던 몇몇 부모님들의 계획도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는 수십년만의 가뭄을 겪으면서 미시시피 강 바지선이 멈춰섰는데, 올해는 반대로 미주리 강이 범람할 것이란 소식을 매일 듣고 있습니다. 아마도 기록적인 강수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찮아도 비오는 날은 습도가 높아져 몸도 무거운 데다, 천둥번개 소리에 자주 깨게 됩니다. 비가 오면 몸은 무겁지만, 상대적으로 정신은 더 맑아진다고 합니다. 아마 비가 오면 여러 상념에 잠기기 쉬운 게, 바로 그 이유인 것 같습니디. 햇볕과도 관계가 있답니다. 햇볕을 받으면 우리 인체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잠에서 쉽게 깨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컬럼을 쓰는 금요일 오후 지금도, 천둥 번개와 함께 빗발이 사무실 창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홍수주의보와 함께 돌풍 주의보도 발효중입니다.

수요일 저녁을 준비하다 검지손가락을 베었는데, 아끼던 엔젤피시까지 죽었습니다. 그 놈을 어항에서 건져 내고 수요 기도회를 인도하는데, 솔직히 별로 감사한 맘이 안들었습니다.^^ 그래도 감사는 형용사가 아닌 동사인지라, 감사하며 기도회를 인도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가라앉을 줄 알았던 통증이 갈수록 심해져 자정을 훌쩍 넘어서는, 더 이상 곁딜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응급실을 향해 운전하면서는 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살려주세요!

저는 원래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가운데 손가락을 주로 쓰니, 지금 별 불편 없는 것만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뭔가를 잃거나 고통에도 유익이 있습니다. 그간 너무 당연히 여기온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박국 선지자가 그런 유익을 노래한 것은 혹 아닐까요?

비록 무화과 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 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 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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