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폭설 속 모임

웹지기 2013.03.30 15:16 조회 수 : 1586

주일 2013-03-31 

지난 종려주일에는 갑자기 내린 폭설로 주일예배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삼월말에 그렇게 많은 눈과 그런 추위는 아마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침에 집에서 교회가 있는 다운타운까지 오는 길에는, 제설차만 분주히 눈을 치우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막 치우고 간 길도 내리는 눈으로 곧 덮이고 있었습니다. 브로드웨이 길이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거리처럼 아름답고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늘 북적이던 파네라에서 우리 일행만 호젓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다운타운의 모든 교회들이 문을 닫았나 봅니다.

교회 주차장도 눈을 치운 흔적만 있지, 차에서 내리자 발목까지 푹 빠졌습니다. 아래쪽은 이미 녹기 시작한 젖은 눈이지만 워낙 많이 내리니까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실에 올라와 K그룹장들과 교우들에게 비상연락망을 통해 예배가 취소된 것을 알렸지만, 취소할 수 없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강민구 장로님이 오셔서, 안수집사와 후보자들 교육을 토요일부터 하는 중이었습니다. 주일 아침에도 교단 헌법(BCO)을 마저 공부하기로 했는데, 결국 폭설 속 모임이 된 것입니다. 저는 염려가 되서 말렸지만, 교육받는 분들과 장로님이 강행하기로 결정하신 것입니다. 장소를 옮겨 공부하시는 동안, 저와 제 아내는 창 밖에 계속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을 여행중인 교우들은 없는지 걱정이 되서 잠시 기도도 하다, 또 스티븐 칼리지 교정을 빚겨치는 눈보라를 감상하기도 하면서 아내와 말없이 사무실을 지켰습니다. 몇 시간이 흘러 교육이 끝나고, 저희도 장소를 옮겨 모두 늦은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눈길에 장로님이 무사히 댁에 도착하셨다는 메세지를 받고서야 긴장이 풀렸습니다.

지난해 부활절 제 컬럼 제목이 상추와 부활이었습니다.미리 파종한 상추, 오이, 쑥갓에 토마토까지 싹이 제법 자랄만큼 따뜻한 부활절이었는데, 올해는 아직도 영하로 자주 떨어지고 눈도 아주 많습니다. 지난 여름 더위와 채 해갈되지 않은 가뭄을 생각하면, 좀더 춥고 좀더 눈이 많이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이 와야 땅을 촉촉하게 적시고 강줄기도 갈한 목을 축일 것 아니겠습니까? 주님께서 무덤에서 살아나신 부활절입니다. 갈한 심령마다 성령의 단비가 대지를 덮는 휜눈처럼 아주 많이 내리시기를 소망합니다. 아주 많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 얘들아 엎드려 웹지기 2013.05.24
36 통역 Translator 웹지기 2013.05.11
35 쿨하게 웹지기 2013.05.04
34 초심 웹지기 2013.04.20
33 변화는 나부터 웹지기 2013.04.13
32 부부학교 웹지기 2013.04.06
» 폭설 속 모임 웹지기 2013.03.30
30 봄방학 고난주간 웹지기 2013.03.23
29 리디머 교회 웹지기 2013.03.16
28 우정 쌓기 웹지기 2013.03.08
27 눈은 은혜로소이다 웹지기 2013.03.02
26 유머의 격 웹지기 2013.02.23
25 기적이 많은 곳 웹지기 2013.02.16
24 배려의 향기 웹지기 2013.02.08
23 맹신 盲信 웹지기 2013.02.03
22 밀알청년부 웹지기 2013.01.26
21 불행의 첩경 웹지기 2013.01.19
20 "똑똑한 제직들" 웹지기 2013.01.12
19 2013년 표어 file 웹지기 2013.01.05
18 끝내기 홈런 웹지기 2012.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