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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뿌리 깊은 나무

웹지기 2016.04.22 15:25 조회 수 : 257

주일 2016-04-24 

올해도 캘리포니아 남부와 캔자스에는 가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콜럼비아도 가뭄을 겪은 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미주리 절반 이상 지역에서 옥수수와 콩같은 농사를 망친 해가 있었습니다. 연못마다 바닥을 드러냈고, 잔디밭은 다 누렇게 변했었습니다. 우리 뒷뜰에 제법 큰 나무가 세 그루나 그 해 가뭄에 말라 죽었습니다. 먼저 소나무 두 그루중 하나가, 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나무만 열심히 물을 주고, 겉으로 이상없는 나무들은 그냥 두었습니다. 가뭄이 끝나고 멀쩡했던 나무는 세 그루나 죽고, 죽을까 봐서 간간이 물을 주던 소나무는 이듬해 봄 다시 싹을 틔우며 살아 났습니다.

 

공사하는 인부들이 뒷뜰 숲을 다 쳐내서 지금은 못하지만, 가끔 삭뚝 잘려서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에 걸터 앉아 사색하거나 독서할 때가 있었습니다. 주인이 나무들을 심어 준다니, 이제 숲이 생기면 다시 그루터기에 앉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크고 무성하던 나무가 극심한 가뭄에도 끄덕없이 푸르름을 자랑하더니,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랐던 지, 꼭 이듬해 다시 살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번 뿌리가 말라버린 나무는, 다시는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비실대던 나무는 간간이 주는 물에도 뿌리가 마르지 않으니까, 다시 싹을 틔울 수 있었던 겁니다.

 

살아난 소나무를 볼 때마다 ‘복있는 사람’이 떠오릅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하듯’(시1:3) 형통한 사람이 복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냇가에 심겼어도 무슨 이유에서든 뿌리가 마른 나무는 수분과 자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고, 당장은 아무리 잎이 무성해도 결국 말라죽고 맙니다. 시냇가는 생명수되신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거기 뿌리 내린 사람은 그리스도인을 상징합니다. 가뭄으로 물이 없어 메마른 땅에서 생명같은 물이 흐르는 시냇가로 옮겨 심겨진 나무가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결국 나무는 당장 눈에 뵈는 잎파리가 아니라, 땅 속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뿌리가 관권입니다.

 

잎이 무성해서 주님이 무화과를 찾으시던 열매없는 나무는, 결국 뿌리가 말라서 죽었습니다. 사람들 보는 데서 경건의 모양은 있는데, 뿌리가 말라 경건의 능력이 없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 모습이 바로 그 무화과 나무의 모습입니다. 자기의를 내세우느라 하나님께로부터 아무런 수분도 자양분도 공급받지 못한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악인의 꾀를 쫓고, 죄인의 자리에 서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은혜에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당장은 극심한 가뭄으로 잎이 푸를 수 없을지라도 그래서 보는 사람이 걱정할지라도, 다시 뿌리로부터 하나님 은혜의 수분과 말씀의 자양분을 빨아올려 새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 그런 뿌리 깊은 나무들이 참 많은데, 보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