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비누로

머리며 몸을 거품많이 나게 하여 북북 문지른다

얼굴은 더욱 더 뜨거운 물로 씻어내면서 나오는 말

“시원하다”이다.

 

 사워를 마치고 전신이 보이는 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본다

 

추하다

 

 하나씩 옷을 집어 입는다 추한 나의 모습이 하나씩 감추어 진다

연두색 와이쎠츠를 턱 걸친다 그 추하던 나의 모습이 이젠 제법 볼만하다

 

 그렇다

추한 모습에서 제법 볼만 한 모습으로 변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을 생각한다

 

   아직도 갈길 먼 나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으로 나를 하나씩 하나씩 덮어가신다

 

 오만에서 겸손으로

시기와 질투에서 격려로

각박함에서 여유롭게

지적과 손가락 질에서 사랑의 마음으로

 

 그렇다

우리에게 값없이 생명과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통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사랑도 주시고 희락과 화평도 주시고 오래 참음과 온유도 절제도

입혀가신다

 

 그동안 나에게 베풀어 주었던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한다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우리를 향하신 사랑과 은혜의 진정한 크기를 깨달아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 분이 이루시는 의에 한걸음이라도 나아가길 원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나의 존재가 새롭게 되길 원한다

생명에 이르는 회개의 씨가 모든 구원의 은혜와 연합하여

나는 죽고 새 생명을 얻는 이 사순절 기간이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