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7-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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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감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오랫만에 작은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때로 다투기도 하고 함께 웃기도 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학업 때문에 먼저 돌아가고 남은 기간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백두대간 종주하다 돌아 왔습니다. 버지니아에서 시작해 테네시까지 이어지는 불루릿지 파크웨이 길을 종주하다 중간 지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한껏 푸르른 숲길을 달리며, 산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평화로운 마을들과 등선 넘어 등선으로 이어진 풍경을 굽어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한동안 제 옷을 쥐어짜면 초록색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미주리의 밋밋한 평지만 보다 산 능선 위를 달리니 가슴이 탁 뚫리고 조국의 품에 안긴듯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도중에 차를 세워두고, 그리 높지 않은 능선에 산행도 했습니다. 평소 운동이 부족한 탓에 쉽지 않았지만, 쉬엄 쉬엄 올랐습니다. 벤치에 앉아 귀를 기울이니, 온갖 새 소리와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내려오는 백인 할머니가 있어서 ’정상이 얼마나 머나요?’ 묻자, ‘반 마일 정도 남았소’ 하고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물까지 나눠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쉬는 아내와 제게 ‘참 잘하는 일이오. 어떤 이들은 정신없이 정상에 올랐다, 서둘러 내려오는데 그래서 뭘 느끼고 듣겠소.”
솔직히 저는 힘이 들어 쉬던 것이지, 뭘 느끼고 듣기 위해 앉아 있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먼저 앉아서 주변의 소리를 녹음하는 것을 보고서야, 제 귀에도 들어 왔습니다. 대개 저는 그 할머니 말씀처럼 정신없이 뭔가를 하는 편이지, 느끼고 듣는 편이 못 됩니다. 아마 아내가 아니었으면 저는 냅다 정상에 올랐다 서둘러 내려와 다음 목적지를 향했을 것입니다. ‘힘들어 하면 남들보다 뒤 쳐지고, 쉬는 것은 낭비’라는 강박관념에서 잘 벗어나질 못합니다.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특히 주 안에서 잘 쉬는 것이 경건의 기초인데, 아직 훈련이 잘 되지 않습니다.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사30:15) 우리 힘은 주를 잠잠히 신뢰하며, 주 안에서 쉴 때 나오지 부지런 떤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잠잠해지면 우리도 아침 일찍이 일어나 광야로 가 홀로 기도하시던 (막 1:35) 예수님처럼, 주님만 의지하게 됩니다. 기도 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께 아버지와 함께 하는 고요한 시간이 필요하셨다면.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치고 힘든 것은 잠잠히 앉아 주님 일하실 때를 기다리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주님을 신뢰할 때 활동할 힘을 얻게 됩니다. 올 휴가 마지막 행선지 헴백락에서 만난 할머니는 저희의 ‘평강’을 빌어 주셨습니다. 아내가 얼른 말귀를 알아 듣고, ’잘 배우세요. 쉬는 걸!’ 제게 코치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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