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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씨를 뿌리며 Sewing the Seeds

웹지기 2017.03.25 20:30 조회 수 : 118

주일 2017-03-26 

집 뒷편 공터에 두어 이랑 밭을 일궜습니다. 고추, 토마토, 오이, 호박을 심었는데 며칠 비가 듬뿍 내렸습니다. 여태 콘크리트 배란다 위에다 만든 밭에서는 기르기 어렵던 작물들입니다. 그리고 산딸기, 사과, 복숭아도 함께 심었는데 올해는 추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찍 꽃을 터뜨렸던 복숭아는 지난 추위에 다 얼어서 올해 농사는 글른 것 같습니다. 사과도 지난 여름 작은 딱정벌레 떼가 들끓어서 계속 잡아줬지만, 과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현관에 심은 포도나무는 잘 월동했으니, 올해는 꽃을 피우고 튼실한 포도송이들이 매달리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까 제가 무슨 큰 농장을 가꾸는 사람 같습니다.^^ 아참 백합들과 장미들이 빠뜨려서 섭섭하다고 하네요.

 

다가올 계절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비단 농부만은 아닐 것입니다. 학사 일정대로 캠퍼스도 계절을 미리 대비합니다. 그리고 캠퍼스 사역을 감당하는 교회도 다가올 계절을 미리 대비합니다. 졸업하거나 복귀하는 분들을 떠나보낼 준비, 새로 올 분들을 맞을 준비에 제 마음은 벌써 분주합니다. 묘목을 심고 씨를 뿌리면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퇴근하면 한 차례 둘러보는 것이 일과입니다. 하룻새 자랄 리가 만무하지만, 그래도 오늘같이 비 온 후에는 일찍 파종한 고추가 싹을 터뜨렸습니다. 아직 보이지 않지만 토마토와 오이들도 고추처럼 느닷없이 고개들을 치켜들 것입니다. 큰 믿음이 아니어도 그 정도는 저도 믿습니다.^^

 

고추 새싹을 보면서 문득 제가 기도하는 것이 씨 뿌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단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지체들의 기도 제목 중에는 들어주신 것, 아직 지체되는 것, 거절된 것이 분명 있지만, 어느날 느닷없이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는 때가 생깁니다. 저는 아직 수준이 낮아서 주로 응답될 때 느닷없는 하나님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직도 기다리는 제목들은 어느날 느닷없이 응답될 것을 기대하면서 기도합니다. 마치 아직 싹트지 못한 씨앗들이 어느날 느닷없이 고개를 치켜들 것처럼 말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거절된 것도 하나님의 은혜인 것은 알지만, 언제나 받아 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느닷없이 싹을 터뜨리고 어느덧 자라 꽃 피우고 열매맺을 걸 믿으며 씨 뿌리듯, 기도의 씨앗들이 느닷없이 응답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어느 싹은 튀우고 어느 싹은 거름이 되게 하는 것은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다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거기에는 분명 우리보다 탁월하신 분의 뜻과 계획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받아들이게 된 것도 있고, 아직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 또한 있지만, 싹을 다 튀울 것이라 씨를 뿌리지는 않습니다. 그 일을 결정하는 분은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롬8:28) 분이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