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7-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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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전면에 있는 대형 십자가는 당분간 검은 천으로 가려집니다. 부활절 날 검은 천이 걷히고 십자가를 다시 보게 되실 것입니다. 미국 교회가 속한 PCUSA는 종교력을 따라 ‘재의 수요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부활절로부터 사십일 전을 Ash Wednesday라 부릅니다. 지난 해 종려주일 사용했던 종려가지를 태운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며, ‘재로 왔으니 재로 돌아갈지라’ 하는 의식입니다. 그 사십일을 사순절 Lent라고 합니다. 성경이 정한 절기가 아니라서 우리 교단과 개혁교단들은 지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대신해 죽으신 수난절과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다시 사신 부활절을 맞는 기간을 기도와 말씀과 묵상으로 지내는 것은 사모할 일입니다.
우리 믿음을 삶의 현장으로 가져가기 보다는, 세속적인 삶의 무게에 짖눌려서 거룩하고 영원한 가치에 소홀히 하기 쉬운 것이 솔직한 우리 일상이 아닙니까? 그러나 금식이나 금욕을 통해 소위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이 믿음을 위해 당하는 시련을 가리켜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예한다’(벧전4:12-16) 하고, 주님의 일을 위해 받는 고난 (골1:24)을 그렇게 부릅니다. 카톨릭과 개신교중에는 루터란과 성공회가 사순절을 지키지만, 초대교회부터 정해져 지켜온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의식적이고 인위적인 신앙 형식만 따를 위험은 여전히 큽니다.
실제 교회사를 보면 사순절 기간에 많은 외식과 위선이 저질러 졌습니다. 부자들이 육식을 대신할 값비싼 음식에 탐닉하고, 사순절 동안 금욕생활을 보충하기 위해 ‘사욕제 carnival’가 생겼는데, 사순절 전 일주일간 벌어지는 환락의 잔치입니다. 카토릭 국가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이 대표적입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카니발 동안에 저지른 죄를 고백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산다고 합니다.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에 거하겠느냐’(롬6:1)는 사도 바울의 경책이 바로 그런 경우를 가리킨 말씀입니다. 내실이 있는 형식은 필요하지만, 형식이 자동적으로 내실을 가져오지는 못합니다.
이번 ‘재의 수요일’에는 오랫만에 주차장이 가득차서, 수요 집회에 참석한 우리 교우들이 주차할 곳을 못찾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려진 십자가’를 보고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해 드린 것입니다. 소위 사순절 기간뿐 아니라 모든 시간이 다 주님 받으심직한 시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재의 수요일이 아니면 주차할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채플에 아직도 빈 자리는 많습니다. 특별한 절기를 지키는 인위적인 노력보다, 평소 하나님 말씀 배우기 사모하고 기도에 힘 쓰는 것이 우선이란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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