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7-0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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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구 정춘수는 둘 다 청주 출신 감리교 목사로 3.1 독립선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중 한 분입니다. 때문에 함께 옥고도 치룬 독립운동의 동지이고 친구입니다. 정춘수가 늘 신석구보다 한 발 앞서, 믿는 것도, 신학도, 목회도 정춘수가 먼저 시작했습니다.독립선언 서명도 신석구가 늦었습니다. 정춘수는 감리교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지만 신석구는 강원도와 충청도의 가난한 교회에서 대부분 목회를 했습니다. 그러다 정춘수가 친일로 돌아서면서 길이 갈립니다.
감리교 최고 지도자가 된 정춘수는 일제의 종교 정책을 적극 지지해 한국 교회와 일본 교회 합병을 꾀했고, 가장 먼저 창씨개명해 일본 이름을 갖습니다. 또 조선인 징병을 장려하고 신사 참배에도 앞장섰습니다. 심지어 서울 평양 등지 34 교회 문을 닫고 그 부동산을 팔아 전투기를 일본군에 헌납합니다. 그래서 그전투기 이름이 '감리교단호'입니다. 정춘수의 친일 행각은 도를 넘어서 일제의 말기에는 교회에서 구약 성경을 금하고 찬송가도 선별해 부르게 했습니다.
반면 신석구는 가난하고 고된 목회를 계속하다, 신사참배에 반대해서 두 달간 투옥되었고, 풀려나서도 다시 작고 가난한 천안교회로 보내집니다. 신사가 없는 작은 마을로 온 것에 감사하지만, 일제는 늘 '불령선인'—식민 통치에 비협조적인 조선인—신석구를 수시로 경찰서에 불러다 조사했고, 해방전에는 전승 기원 예배와 일장기 게양을 거부했다고 다시 투옥시킵니다.
승승장구하던 정춘수와 신석구 인생이 해방 후 다시 갈립니다. 정춘수는 친일로 반민특위 조사를 받고, 교계의 비난이 거세자 다시 한번 변신해서 천주교로 개종합니다. 정춘수는 "아홉 교회를 살리려면 한 교회는 희생시킬 수 밖에 없었다. 숙청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스스로 숙청한다"면서 친일 행각과 개종을 합리화했습니다. 정춘수는 천주교인으로 한국전쟁 때 고향에 피난갔다 죽습니다.
감옥에서 해방을 맞는 신석구는 목회에 복귀했는데 임지가 북한 지역인지라, 공산당에게 10년 징역을 선고받고 투옥중, 육이오 때 후퇴하는 공산군에 의해 희생됩니다. 청주 공원에 지역 출신 민족 대표 6명 동상을 세울 때 ‘역사 바로 세우기’ 온동을 통해 정춘수의 친일 행각이 드러납니다. 결국 정춘수의 동상이 끌려 내려지고, 대신 어울리지 않는 횃불 동상이 정춘수 동상이 섰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정춘수와 신석구의 엇갈린 인생 여정은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걷는 길을 엄숙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높은 자리를 탐하고, 부유한 삶을 최고 가치로 삼지는 않는지? 정춘수처럼, 언젠가 심판받고 흔적없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과거를 뒤돌라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를 사는 게 역사의식입니다. 삼일절 우리들도 두 목사의 삶을 돌아보며,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좁은 길을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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