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6-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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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소한 일에 분노하기도 하고 감동도 합니다. 사소한 일이란 사실 작은 배려일 것입니다. 지난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로 배려하는 측면이 다른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십년 미국 생활에 잊었던 따스한 ‘정’이 느껴져서 좋았고, 또 불편한 것도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뒤 따라 오는 분을 위해 문을 잡고 기다렸는데, 따라 나오던 젊은 여성이 이상한 눈으로 훓어 봐서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습관이 되서 잘 고쳐지지 않던데, 제가 잘못인가요?^^
콜럼비아같은 시골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무리 번잡한 대도시를 가도 대개는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을 가로 지르거나 부딪히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데, 정이 많은 우리 민족은 그런 일을 대수롭잖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툭 부딪히거나 가로 질러 가는 무표정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하라” (눅6:31)는 황금률은 대개 ‘작은 배려’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선한 파장을 일으켜 사람 사는 세상을 더 살 맛나게 만듭니다.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교회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골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찾아’ 가는 거창한 몸짓보다, 눈에 들어나지 않는 작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잘 정돈되고 깨끗한 시설을 사용하기 원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사용한 사람이 뒤에 사용할 사람을 배려해, 원래 있던 상태나 그보다 낫게 정돈하면 됩니다. 커피를 내리고 필터를 치우는 것이나, 쓰레기 통을 비우고 봉지를 씌우는 일, 책상 위를 깨끗이 정리하는 일은 아골 골짝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배려들입니다. 그리고 먼저 사용한 사람이 사용한 물건을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두는 일도 다음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일 것입니다.
아마 회의실 카펫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갑자기 늘어난 얼룩이 눈에 거스릴 것입니다. 매 학기말 스팀배큠을 하지만, 그 사이 얼룩이 그렇게 늘어난 것입니다. 가정마다 카펫에서 생활하실텐데 그렇게 쓰는 가정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것이 부모님들이나 모든 일 세대들의 간절한 바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 기회가 무엇일까요? 저는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만 잘 하고 재능만 있으면서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고 살벌합니까?
대구의 어느 순경이 오토바이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택배 배달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운전자는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배달 걱정을 했고, 그래서 그 순경이 대신해 직접 물건을 배달해 주었습니다. ‘한우와 송이 선물 세트’를 대신 배달해 준 그 순경의 작은 배려가 얼마나 향기롭습니까? 경찰청장의 권세보다 그 순경의 작은 배려가 우리에게는 더 필요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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