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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콩나물 시루 16년

웹지기 2015.08.28 21:38 조회 수 : 529

주일 2015-08-30 

오늘은 교회가 창립된 지, 16주년 되는 날입니다. 우리 교회는 1999년 8월 마지막 주일, 미국 교회 건물을 빌려 예배 드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제 앞으로 두 분 목사님이 계셨고, 이곳을 방문한 수많은 분들이 거쳐 가셨습니다. 제가 온 이래로도 육년간 거쳐간 분들만 수백명이 되고, 적지 않은 분들이 아직도 ‘우리 교회’라 부르며, 애착을 갖고 계십니다. 금주에 밀알청년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는데, 오래 전에 떠난 분이 ‘나의 사랑하는 교회’라는 코멘트를 남기셨습니다. 아마 우리 청년들이나 대부분 교우님들은 그 분을 모르시겠지만,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컬럼도 읽으실 것 같습니다. 맞나요?^^

 

캠퍼스 타운의 이민교회는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 사역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루에 물을 아무리 퍼 부어도, 아래가 휑하니 뚫렸으니 다 빠져 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물 퍼다 나르다 지치고 빠져 나갈 때마다 힘 빠지기 쉬운데, 그 새 시루에 담긴 콩들은 생명의 싹을 튀우고 뿌리를 내리며 자라기 시작합니다. 채 뿌리를 다 내리기도 전에 시루에서 뽑혀 가지만, 물주기는 결코 헛된 일이 아닙니다. 시루를 떠난 콩나물이 이곳 저곳 식탁을 풍성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정착률 (retention rate) 제로에 가까운 우리 교회가 있는 이유, 있어야 할 이유입니다.

 

때로는 시루에 물 줄 사람보다도 물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더 많을 때도 있습니다. K그룹에 믿는 사람들보다 교회에 처음 나온 분들이 더 많을 때도 있고, 도움받아야 할 처지인 분들이 섬기는 것을 볼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저도 힘이 듭니다. 그러나 교회에 처음 나온 분들도 기꺼이 교회 일에 참여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돕기도 하는 것을 종종 보면서, 제 이분법을 수정하는 중입니다. 아무리 믿지 않는 분들이라도 동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조차 거두려 했던, 제 방어기제를 살짝 내리며 반성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콩나물 시루라도, 주는 물을 허투루 다룰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깨끗한 물을 써야 합니다. 즉 교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늘 생명수가 공급되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앞으로 캠퍼스 타운 이민교회의 전망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진단이 분분합니다. 이민1 세대는 곧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있나 하면, 한인 이민 붐이 다시 일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해야 하겠지만, 결국 이뤄가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콩나물 시루로 지난 열여섯해를 써 주신 우리 주님의 은혜가 지금까지 우리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우리 앞에 전개될지라도, 우리 교회가 주님 보시기 깨끗한 콩나물 시루로 쓰임받기를 소원합니다. 여기서 솎아진 살아있는 콩나물들이 조국과 미국 전역으로 뿌려져, 거기서도 콩나물 시루같이 쓰임받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환절기 감기로 목이 컬컬할 때, 시원한 콩나물 국만한 게 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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