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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기쁘다 내려오셨네

웹지기 2014.12.19 16:44 조회 수 : 223

주일 2014-12-21 

요즘 특정 브랜드의 땅콩이 잘 팔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땅콩을 포함한 견과류를 가리킨 nut가 연일 신문 기사를 장식합니다. 성탄절에 단골로 등장하는 Nutcracker (호두까지 인형) 얘기가 아닙니다. "Nut rage in first class!" 땅콩때문에 꼭지가 돌아버린 go nuts일등석 승객의 난동이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린 사건 얘기입니다. 직원들을 종만도 못한 취급을 하다가 동승한 수백명의 승객들 시간과 안전도 아랑곳 않고 행패를 부린 어느 항공사 사주의 ‘수퍼 갑질’은 올 한 해에 벌어진 여러 갑질들의 결정판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고분고분 따르는 들을 버려둔 채 달아난 갑질부터, 줄줄이 성추행을 저지른 교계와 사회지도층 인사들까지 올해는 특히 갑질이 심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갑질을 해놓고는 발뺌하고 범죄 혐의까지 부인하는 것도 비슷하고, 진실을 호도하려고 회유하는 것까지 닮았습니다. 오만 방자한 갑들 앞에 힘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을들이 좌절하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벌이나 사회지도층만 그런 갑질을 하는 것같지는 않습니다. 을의 자리에서 당하던 사람도 갑의 자리에만 올라가면, 더 심한 갑질들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심한 갑질증후군을 앓다가 곪아 터진 것이지, 엄밀한 의미에서는 갑과 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 땅콩 갑질과 유사한 사건은 우리 사회가 갑질증후군을 치유하지 않는 한, 앞으로 얼마든지 다시 도질 것입니다.

반면에 세월호 사건으로 실종된 딸을 찾겠다고 사직한 직원 급여를 계속 지불하며 사직서를 돌려준 회사도 있습니다.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뽑히고 이직률 0.5%로 미뤄볼 때, 단지 광고 효과를 노리고 그런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더 훈훈해 집니다. ‘수퍼 갑중의 수퍼갑’께서 ‘을중의 을’이 되신 사건이 성탄입니다. 작은 힘만 있어도 갑질들을 하는데, 하나님께서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해 십자가에 죽으려고" 이땅에 오셨습니다. 을뿐만 아니라 갑까지, 갑이든 을이든 모든 죄인을 살리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선생과 주인으로 믿고 따르는 우리가 올 한 해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성탄과 연말연시를 맞아 혹 나도 모르게 가정이나 학교에서, K그룹과 교회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갑질'을 하지는 않는지? 주어진 힘과 재량권을 주님처럼 남을 섬기며 특히 을을 위해 쓰는지, 함께 돌아 보십시다. 같은 상표의 땅콩이 잘 팔리는 군중 심리를 모르겠습니다. 부디 갑질에 대한 향수때문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갑질로 얼룩진 성탄이, 을중의 을이 되신 주님을 닮은 우리를 통해 조금이라도 치유되기를 소망합니다. 작은 힘과 기득권이라도 주님을 위해 내려놓고 을의 자리로 내려가는 우리의 성탄이 되어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