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4-0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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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에는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모임에 참석했다, 급히 돌아 오면서 그만 무선전화기를 큰 아들 집에 두고 왔습니다. 일주일 내내 전화없이 지내려니까, 불편하기도 하고 또 편하기도 했습니다. 급히 전화할 일이 생겨도 할 수도 없고 카톡도 할 수 없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전화기를 가져온 작은 아들이 “아무도 전화를 안 하는데, 아빠는 인기가 없나봐!” 정말 확인해 보니 카톡만 칠십여개 찍혔고, 전화는 한 통도 오지 않았습니다. 제 손에 있었더라면 아마 제가 몇 군데 통화했을 테고, 이따금 인터넷이나 이메일도 읽었을 것입니다.
편한 것은 아무 간섭없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부러 한 날은 집에서 아예 TV도 켜지 않고, 인터넷 신문도 읽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다지 크게 불편하지가 않았습니다.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 든” 것이 책임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인지라 계속 그럴 수는 없겠지만, 이따금 미디어 금식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사건 사고 소식 없이 지낼 수 있어, 마음도 덜 산란하고 한결 자유로웠습니다. 당연히 그날은 시간도 더 생겨 밭에 토마토도 옮겨 심고, 허밍버드 먹이통도 달아줄 여유조차 덤으로 생겼습니다. 오랫만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복음송을 따라 부를 수도 있었습니다.
바쁜 세상에 웬 호사냐 하실 분도 있겠지만, 현대문명의 이기(利器)는 사용자를 속박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속박당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찾고 싶은 자료를 유능한 비서처럼 쏙쏙 잘 찾아 주는 인터넷도, 일단 중독 되고나면 사람이 인터넷을 쓰는 게 아니라, 인터넷이 사람을 지배하게 됩니다. 저도 손에 스마트 폰을 놓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거기 중독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에 성경 앱(app)도 깔렸고, 가끔 묵상할 때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불필요하게 제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그만큼 자유도 속박당합니다. 그래서 매해 수난주간마다 미디어 금식을 하는데, 좀 더 자주 그럴 필요를 느낍니다.
자녀들과 장거리 여행할 때, 창 밖으로 장관이 펼쳐 지는데도, 게임에 몰두해 다 놓쳐버리고는 다시 심심해져, ‘아직 멀었어요?’ 하지 않던가요? 주님도 우리가 그런 철없는 아이들 같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산책하면서 찬양을 읊조린 적이 언제였던지, 석양을 바라보며, 밤하늘 총총한 별을 헤며 싯귀를 떠올리던 때가 언제였던지… 우리 순례길의 창 밖으로는 오늘도 장관이 펼쳐 지건만 고작 사람이 만든 미디어에 눈이 팔려 다 놓쳐버리고, 이내 심심해져 ‘아직 멀었어요?’ 하는 것이 바로 저의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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