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4-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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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목사님! 물고기들이 다 어디 갔어요?” 제 사무실에서 어항들이 사라진 것을 알아챈 아이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사무실에 오면 물고기와 새우들을 세어 보고, 새 식구가 들어오면 금방 알아차리던 우리 아이들도 있는데, 미리 알리지 않고 어항을 정리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입니다. 수초를 자라게 하려고 물 위로 전등을 계속 켜 두다보니 위험하기도 했고, 실제 작은 합선 사고가 생겼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곧 다시 어항에 금이 가면서 물이 절반쯤 흘러내려 카펫에 얼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어항을 정리하게 된 것입니다. 제게 묻는 아이들에게는 제가 잘 설명하겠지만, 혹 아이들이 궁금해 하면 그렇게 알려주시라고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사무실에 출근해 등을 켜거나, 물고기 밥을 주려고 어항 앞에 갈 때마다 꼬리를 치면서 오르락 내리락 반기던 녀석들이 사라지고 나니까, 사무실이 아주 적적해 졌습니다. 어항에서 들려오던 물소리도 ‘즐거운 소음’이었는데, 이제는 창 밖으로 들려오는 짐 싣고 내리는 소음만 정적을 깹니다. 어느 스님처럼 얽매이기 싫어서도 아니고, ‘무소유’의 자유를 즐기려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두 해 넘게 기르면서 많은 물고기들이 태어나 분양되기도 했고, 수명을 다한 녀석들도 있었습니다. 죽은 물고기 건져내는 일조차 곤혹스럽긴 해도, 제게는 ‘생명의 경계를 듣는 귀’(잠15:31)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항을 치운 자리에는 저희 집에서 기르던 소철과 화초들을 대신 가져다 두었습니다. 분갈이하고 거름을 주고나니, 한결 파릇해진 느낌입니다. 새로 싹을 틔우기 시작한 히야신스는, 머잖아 꽃망울을 터뜨릴 것입니다. 물고기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생명있는 것들이 다시 들어오고 나니, 사무실 분위기가 한결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의외로 실내에서 화초 기르기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여름에는 밖에 내놓았다, 겨울에는 실내에 들여놓고 때 맞춰 물 주고 거름 주는 것이 다 였는데, 알아 볼수록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항보다는 훨씬 손이 덜 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는 추위가 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성급하지만 뒷밭에도 씨를 뿌렸습니다. 상치, 파, 오이, 그리고 호박에 몇 가지 꽃씨도 뿌렸습니다. 사랑을 담아 뿌린 씨앗들이 곧 싹을 틔우고 꽃을 터뜨릴 것을 기대하니, 전에 그냥 눈이 덮여있던 땅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사랑의 씨앗을 우리 가슴마다 뿌려놓고 그것이 싹트고 자라기를 기대하시는 우리 주님의 마음이 바로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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