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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봄 맞을 채비

웹지기 2014.03.08 17:41 조회 수 : 837

주일 2014-03-09 

지난 주일 또 한 차례 결빙을 동반한 눈과 한파가 중서부를 강타했습니다. 그나마 콜럼비아 지역을 살짝 비켜간 덕에, 용감한 한국인들은 기습적으로 모여 예배에 성공했습니다. 그 정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출석하셨습니다. 사실 눈은 조금 밖에 오지 않았지만, 그 아래로 결빙된 것이 훨씬 위험한데도, 위험을 무릎쓰고 그렇게들 나오셨던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큰 탈은 없었지만, 동일한 상황이 되면 저는 또 크게 망설이게 될 것입니다. 저희 집 앞 언덕 길을 운전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아보고 직접 확인한 다음에야 결정했지만, 아직도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교우님들과 함께 은혜롭게 예배를 드릴 수 있었던 것이, 기적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삼월에 한파나 폭설도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해도 삼월 하순 종려주일에 폭설이 내려, 주일 예배를 못 드렸습니다. 그때 이미 꽃망울을 터뜨린 수선화들은 눈밭에 파묻혔습니다. 그리고 그 눈을 뚫고 튜울립 싹들이 올라오는 신비스런 모습도 기억합니다. 지난 월요일 체감온도가 화씨25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우편물 가지러 가다 교회 화단을 보니, 수선화 싹들이 파랗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날씨도 봄기운을 받으며 올라오는 새 생명들을 어쩌지 못하는 것만 같아, 그 사랑스런 새파란 싹들을 감격스럽게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수목들 가지마다 끝이 도톰해진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경대학과 한국학교를 취소하고 귀가한 다음에도, 다운타운에서는 True/False 영화제가 밤늦게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취미와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위험은 무릎쓰겠다는 영화 팬들의 모습과, 일제히 주일 예배를 취소하고 예배당 건물을 텅 비운 교회들의 모습이 슬픈 대조를 이뤘습니다. 영화제는 예배가 취소된 다운타운의 큰 교회 건물들에서 여유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취미와 즐거움이 현대 최대의 종교란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종교인들은 헌신과 희생에 있어서, 취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뒤진 셈입니다. 솔직히 교회 다니는 우리도 취미나 즐거움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자기 영혼을 관리하고 영원을 준비하는 일에는 인색하지 않습니까?

영원히 끝날 것같지 않던 지난 해의 눈과 한파도, 오는 봄을 어쩌지 못한 것을 우리가 다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올 겨울도 아무리 눈과 한파가 몰려 올지라도 이미 여기저기 터뜨리기 위해 준비된 봄기운을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산 것과 죽은 것을 영원히 가르는 계절도 그렇게 오고 있습니다. 봄 맞을 채비하십시다!

SnowTulip.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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