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4-0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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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저희가 어려울 때 지지해 준 교회와, 도와 주신 분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마음만 받고, 이제 돈은 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제 서랍 속에 돈이 든 봉투가 있어 놀랐는데, 그런 사연이었습니다. 돌려준 분의 형편이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그 돈이 필요할 텐데도, 그런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만류해도 받지 않아, 어쩌면 좋을지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돈은 제가 어느 교회에 방문했을 때 받은 것과 어느 교우님이 주셨던 것입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원래 주셨던 분들과 돌려주신 분의 귀한 뜻들을 교회가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도 한 학생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단한 채, 귀국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늘 제 마음에 부담으로 남아 있는데, 이 돈을 종자로 해서 장학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향토장학금 받는 학생들이 가장 부자’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늘 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믿음으로 성실하게 공부하는 청년들에게 작은 격려가 될 수 있다면, 장학기금은 캠퍼스 사역을 감당하는 우리 교회에 꼭 필요한 기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유학 온 지 일년이 채 안 되었을 때, 한국이 IMF의 관리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유학을 계획할 때보다 당시의 환률이 두배 이상으로 오르는 바람에, 유학생들이 줄줄이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습니다. 저도 그때 다니던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형편이 넉넉치 못한 작은 교회였는데, 그 고마운 마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자돈만으로는 장학기금을 운영하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교회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장학위원회’(가칭)도 구성하고, 기금 마련 방법과 장학생 선발 절차 등도 결정할 것입니다.
이 컬럼을 읽는 분들 가운데서도 뜻을 함께 하기 원하는 분들은, 모금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도 송금하실 수 있도록, 교회 구좌번호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부장회의를 통해 논의하고, 제직회 등 공적인 통로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을 차차 알려 드리겠습니다. 장학기금의 종자돈을 내 주신 분은 지금도 믿음으로 어려움을 하나씩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는 제 마음에 작은 감동으로 파장이 전해옵니다. 그 감동의 작은 파장들이 우리 주변으로 널리 널리 퍼져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공부하는 어려운 청년들에게 그 파장은 꼭 전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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