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3-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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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님이 미네소타에서 찬 기운을 몰고 오셨어요.” ^^ 제가 자주 이 권사님께 농담으로 드린 말씀이지만, 신기하게 올 여름은 가물지도 않고 지난 해처럼 그렇게 무덥지도 않습니다. 사무실에서도 한 낮을 제외하고는 에어컨을 켤 필요도 없습니다. 주중에 한국에서 사온 책 몇 권을 읽으면서, 감사함이 잔잔하게 제 가슴을 채웠습니다. 비록 시신경이 나빠져 다초점 안경을 늘 껴야 하는 불편이 생겼지만,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환경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톱니바퀴에 낀 듯 바삐 돌아가는 환경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낼 호강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새소리와 함께 찬송을 읍조릴 수 있고, 오가며 기도 의자에 기대어 기도할 수 있고, 학생들이 떠나 한결 한산해진 시가지를 맘껏 산보할 수 있으니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어찌보면 하나 하나가 다 불평이 될 수도 있는 조건들입니다. 눈까지 나빠졌으니 불평이고, 외로우니 불평이고, 교인들이 많이 떠나니 불평이고 솔직히 한여름 불쾌지수 올라갈만한 조건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 불평스럽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감사할 일들을 허락하신 주님께 얼마나 충성을 다하고 있는지 그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목회자가 사는 길’이란 책을 읽으면서 그런 반성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은퇴한 목사가 위기에 직면한 한국 교회 후배 목사들에게 주는 충고인데, 특히 ‘인격 목회’란 주제가 가슴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주님이 제자들을 인격으로 대하신 것처럼 그런 원칙과 관계를 점점 현장에서 보기 어렵다고 저도 느껴왔기 때문에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 교회에서는 얼마나 인격 목회가 이뤄지고 있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마 그래서 올 여름을 더 시원하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 저것 불평하고 자기 밖에서 불평의 원인들을 찾다보면, 불쾌지수는 올라가고 여름은 더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실험해 볼 필요도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감사할 이유들을 헤아리며 스스로를 돌아보려 든다면, 비록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조차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한여름 함께 래프팅이나 캠핑을 하며 아이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주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시간을 내서 Columbia Public Library나 Barnes & Noble에 데려가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해 보는 것도 자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책을 통해 세상 읽는 법을 배우는 것만큼 필요한 경험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올해는 한결 시원한 여름을 보내보심이 어떠실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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