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컬럼
주일 | 2013-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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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종려주일에는 갑자기 내린 폭설로 주일예배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삼월말에 그렇게 많은 눈과 그런 추위는 아마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침에 집에서 교회가 있는 다운타운까지 오는 길에는, 제설차만 분주히 눈을 치우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막 치우고 간 길도 내리는 눈으로 곧 덮이고 있었습니다. 브로드웨이 길이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거리처럼 아름답고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늘 북적이던 파네라에서 우리 일행만 호젓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다운타운의 모든 교회들이 문을 닫았나 봅니다.
교회 주차장도 눈을 치운 흔적만 있지, 차에서 내리자 발목까지 푹 빠졌습니다. 아래쪽은 이미 녹기 시작한 젖은 눈이지만 워낙 많이 내리니까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실에 올라와 K그룹장들과 교우들에게 비상연락망을 통해 예배가 취소된 것을 알렸지만, 취소할 수 없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강민구 장로님이 오셔서, 안수집사와 후보자들 교육을 토요일부터 하는 중이었습니다. 주일 아침에도 교단 헌법(BCO)을 마저 공부하기로 했는데, 결국 폭설 속 모임이 된 것입니다. 저는 염려가 되서 말렸지만, 교육받는 분들과 장로님이 강행하기로 결정하신 것입니다. 장소를 옮겨 공부하시는 동안, 저와 제 아내는 창 밖에 계속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을 여행중인 교우들은 없는지 걱정이 되서 잠시 기도도 하다, 또 스티븐 칼리지 교정을 빚겨치는 눈보라를 감상하기도 하면서 아내와 말없이 사무실을 지켰습니다. 몇 시간이 흘러 교육이 끝나고, 저희도 장소를 옮겨 모두 늦은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눈길에 장로님이 무사히 댁에 도착하셨다는 메세지를 받고서야 긴장이 풀렸습니다.
지난해 부활절 제 컬럼 제목이 ‘상추와 부활’이었습니다.미리 파종한 상추, 오이, 쑥갓에 토마토까지 싹이 제법 자랄만큼 따뜻한 부활절이었는데, 올해는 아직도 영하로 자주 떨어지고 눈도 아주 많습니다. 지난 여름 더위와 채 해갈되지 않은 가뭄을 생각하면, 좀더 춥고 좀더 눈이 많이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이 와야 땅을 촉촉하게 적시고 강줄기도 갈한 목을 축일 것 아니겠습니까? 주님께서 무덤에서 살아나신 부활절입니다. 갈한 심령마다 성령의 단비가 대지를 덮는 휜눈처럼 아주 많이 내리시기를 소망합니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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