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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그릿 Grit

웹지기 2016.12.22 13:13 조회 수 : 225

주일 2016-12-25 

무슨 일이든지 끝나갈 무렵이면 ‘좀 더 잘 할걸”하는 아쉬움이 남게 마련입니다. 매번 설교가 끝날 때마다 ‘본문을 조금 더 묵상할걸, 조금 더 생생한 예화를 만들걸’ 하는 미련이 남습니다. 그래서 어떤 원고는 설교하고 난 뒤에 다듬기도 합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그 본문을 설교할 기회가 없더라도, 그래야 앞으로 더 나은 해석과 적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일 붙잡혀 있어 봤자, 아무 유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감히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즉 앞 일을 위해 뒤는 돌아보지만, 감사하게도 저는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잘 잊는 편입니다. 너무 잘 잊어서 아내에게 추궁당할 때가 종종 있어 문제지만 말입니다.^^

 

웨스트포인트 첫 학기 집중군사훈련을 Beast라고 합니다. 적잖은 생도들이 Beast 도중에 포기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입학한 학교를 떠납니다. 수능이나 내신, 체력점수도 아니고 ‘그릿 점수’가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이라고 합니다. 성공한 리더는 한결같이 '그릿’이 높다는데, ‘실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디며 이를 다시 극복하는’ 특성이 그릿입니다. 탁월한 재능과 잠재력이 높은 사람들도 실패 앞에서 주저앉지만, 젊을 때 어설픈 신파조 글을 쓴다고 조롱받던 작가도 부단한 정진 끝에 성공하게 만든 게 바로 그릿의 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릿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첫째 열정을 따름으로, 둘째 엄청난 연습으로, 셋째 높은 목표의식을 통해, 넷째 '7전8기' 정신으로, 즉 소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통해서라고 합니다.

 

저는 그릿을 읽으면서 그 원리가 우리 신앙생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주 안에서 새해 목표들을 점검하게 되는 연말연시에 꼭 필요한 태도인 것 같습니다. 살면서 후회가 없을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과거는 돌이킬 수 없어도 앞으로는 얼마든 바꿀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비슷한 원리를 가르칩니다.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3:13-14) 새롭게 주실 은혜를 받으려면 먼저 뒤에 있는 것은 잊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앞에 놓인 목표들을 항해 믿음의 경주를 계속해야만 합니다.

 

그릿과 근본적인 차이점 하나는 ’자기의’ 열정과 노력이 아니란 점입니다. ’예수 안에서’ 즉 주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을 통해 그 목표들을 추구하는 것이지 자기 혼자 애쓰고 포기하지 않는 ’眞人事待天命’이 결코 아닙니다. 어려운 일이 결코 아니지만 본성적으로 쉬운 일 또한 아닙니다. 새로 성경 읽고 다시 기도하면 되는 것이지 “성경 통독할껄, 더 기도할껄” 후회는 필요 없단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