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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물망초

웹지기 2016.06.04 14:41 조회 수 : 111

주일 2016-06-05 

치매 앓는 분들의 가족 모임을 대개 ‘물망초회’라고 부릅니다. 오뉴월에 가장 많이 피는 푸른 빛의 작은 꽃인데, 그 꽃말이 forget-me-not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헤어진 연인 사이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꽃말로 가진 꽃이지만, 곁에 있지만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사랑하는 가족 모습에 이 꽃말을 비춰보면, 이보다 애틋한 상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잊혀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우리 교회를 다녀가신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헤어지기 아쉬워 또 만난 분도 있는데, 폐가 되지 않으려고 알리지 못한 분께는 이 지면을 빌어 양해를 구합니다. 마지막 주는 나주 교회에서 예배 드렸습니다. 떠나는 날 약속하신 것을 삼년만에 지키면서 세례를 받은 송석돈 형제님을 축하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반신반의하면서 세례를 피하지 않게 만들려는 말로 알았다며 기뻐하셨습니다. 예배후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아내 원혜숙 집사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 콜럼비아에 남아계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매번 새로 오신 분들을 맞아 정성껏 도우며 사귀다, 정들만 하면 곧 떠나 보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냐며…

 

그럴 각오로 캠퍼스 사역하는 저희도 지칠 때가 있는데, 여러분은 오죽할까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제 곧 많은 가정이 귀국하고, 여느 학기처럼 새가족들이 올 것입니다. 그러면 보낸 분들의 빈둥지를 돌아볼 틈도 없이, 새로 온 분들 둥지를 짓도록 돕게 될 것입니다. 문득 그렇게 ‘사귀다’ 돌아간 분들이 혹 우리를 기억이나 할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까맣게 잊는 분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우리를 기억하고 기도 때마다 중보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그런 아픔을 값으로 해서 교회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천하보다 귀한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는 증거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성경에는 구체적 행적도 없이 단 한번 나오는 이름이 참 많습니다. 사람에게는 잊혀진 이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사람들은 모두 잊었어도, 주님은 기억하시는 이름들이기 때문입니다. 믿는 사람도 치매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들 얼굴만 아니라, 주기도문도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당신 백성을 잊으실 수 없습니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 (사49: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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