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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거울 보는 남자

웹지기 2015.11.06 18:16 조회 수 : 215

주일 2015-11-08 

지난 주 제 설교 동영상을 보다, 두 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선 화질과 음질이 아주 좋아져서, 보고 듣기가 편해졌습니다. 그러자면 파일 크기도 더 커지고, 큰 파일을 변환시켜 웹에 올리려면 그만큼 시간도 더 많이 걸릴텐데, 수고하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동안 음질이 떨어질 때는 제 목소리가 괞찮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음질이 맑아지면서, 갈라지는 목소리까지 낱낱이 모두 잘 들립니다. 화질이 흐릴 때는 제 외모가 괞찮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화질이 확 밝아지면서 얼굴의 주름까지 입 가의 표정까지 훤히 다 보입니다. 번쩍이는 안경 너머로 굳은 표정의 늙은 제 얼굴을 보고, 또 갈라진 제 음성을 듣고서 깜짝 놀라 거울을 보았습니다.

 

아내가 늘 “거울 좀 보고 다니세요.” 잔소리한 이유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설교할 때 음성을 좀 낮추세요.” 하는 이유를 내 귀로 직접 확인한 다음에서야 겨우 돌아보게 되었으니, 나는 참 완고한 사람입니다. 겉모습이야 이제 와서 화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화장한 들 주름을 가릴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음성이라도 갈라진 쉰소리 나오지 않도록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굴의 주름을 가릴 수는 없지만, 좀더 밝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강단에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그런 얼굴을 참고 견뎌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집 부엌에서 차고로 들어가는 문 손잡이에는, 립그로스가 담긴 작은 자루가 걸려 있습니다. 세수하고 얼굴에 바르는 것도 없고 거울도 잘 안 보니까, 입가가 지저분해 보일 때가 많은 제게 잔소리하다 지친 아내가, 아예 집을 나갈 때마다 쓸 수 있도록 담아둔 것입니다. “그러면서 교인들 안 변한다고, 목소리 높일 수 있어요!” 아내의 항변이고,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가르치고 설교하는 일이 잦을수록, 스스로 내 모습을 돌아보거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새 동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난 내 객관적인 모습과 표정은, 단지 겉모습뿐 아니라 표정과 목소리에 뭍어나는 속사람까지 들여다 보게 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제 결심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설교 동영상 때문에라도 세면 후에 바를 크림도 하나 사려고 합니다. 또 외출할 때는 반드시 거울도 보고, 아내가 준 립그로스를 바르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거울에 담긴 얼굴이 심각하거나 입꼬리가 쳐져 있을 때면, 웃음을 명하려고 합니다. 비록 잘 나지 못한 늙어가는 얼굴이지만, 밝고 환한 표정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싶습니다. “한국인은 광대뼈가 크고 턱뼈가 발달된 만큼, 근육부착점이 내려와 있어 입꼬리가 처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해도 퉁명스러워보이는 만큼 “웃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얼굴”이라고 합니다. 거울 속에 담긴 제 모습이 달라지다 보면, 덩달아 동영상에 나타날 제 모습 또한 조금씩은 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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