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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목회자 컬럼

설날

웹지기 2015.02.13 14:16 조회 수 : 150

주일 2015-02-15 

해마다 설날이면 동생들 가족들이 어머니가 살던 시골집에 모이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머니도 안 계시고, 시골집에서 살던 큰 여동생도 직장을 따라 이사하는 바람에, 시골집이 사라진 셈입니다. 동생들이 시골집에 다 모이면 어머니는 늘 전화를 걸게 해서, 아범, 떡국은 드셨나?묻곤 했습니다. 대개는 그제서야 겨우 설인지 알고는, 둘러대곤 했습니다. 삼십년 가까이 외우던 시골집 전화 번호가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 체류 기간이 늘수록 명절은 물론이고, 음력인 생일도 모른 채 지나갑니다. 올해 설날도 여동생이 카톡을 보내서 알았지, 무심코 지나갈 뻔 했습니다. 문득 이민자란 처지가 가장 피부로 느껴질 때가 바로 그런 명절 때입니다. 여기선 설 쇠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도 다 학교에 가야하니, 명절 기분이 영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미국 명절은 한국 명절과 달라서, 이래 저래 적지 않은 이민자들은 명절 없이 지내기가 쉽습니다.

그나마 한국을 떠난지 오래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온 분들은 떡국도 끓이고 세배도 받으면서, 나름 설 쇠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홀로 와 있는 분들은, 더 쓸쓸하게 설을 맞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사랑 K그룹이 올 설날에는, 밀알청년부를 초대한다고 합니다. 다른 K그룹들끼리도 함께 모여 떡국도 끓이고 윷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설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우리 집은 신정을 쇠면서, 몇몇 새로 온 가정들을 초대해 이미 떡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시골집이 없으니 모이기 어렵다는 동생 메세지 받기 전까지는 이중과세할 생각을 못 했는데, 올 설날에도 떡국을 한번 더 끓여야 겠습니다.^^

우리 교우들은 육개월후면 떠날 사람부터, 아무리 오래 있어도 대개 이삼 년 후면 떠납니다. 어차피 헤어질 사람이니 적당히 거리 두면 나중에 헤어질 때, 섭섭한 마음이 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투적으로 대하고 깊은 교제를 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은 누가 시민권을 가지고 살아도, 영원한 시민권은 천국이지 여기가 아닙니다. 한국도 결코 영원한 본향은 아닙니다. 비록 이방에 나그네로 살망정, 진솔하고 깊은 교제들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따져보면 짧은 인생에, 이 기간은 결코 작은 시간이 아닙니다. 바울이 소아시아, 유럽에 교회를 세울 때,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이년남짓씩 머뭅니다. 그러나 단 며칠을 사귄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바울은 한결같이 영원을 함께 할 사람으로 대합니다. 육신적으로 잠시 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의 현실이지만, 영적으로는 주 안에서 영원한 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외로울만한 분을 찾아, 여러분 곁을 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의 가족이 설날을 쇠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