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글마을

47세 말기암 교수 “가족과 함께하는 1분, 1초가 미치도록 소중”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내 몸은 지금 문제가 있다. 대체로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간에는 열 개의 종양이 있고 살 날은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세 명의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이며 이상형의 여자와 결혼해 잘 살고 있다.”

한 남자가 책의 서문에서 자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랜디 포시(47), 미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 교수다. 이 정도면 이미 눈치챈 독자들이 적잖을 것이다. 맞다. 지난해 9월 18일 이 대학에서 펼친 ‘마지막 강의’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가 이 책의 저자며 주인공이다. 췌장암 진단을 받고 학생과 동료교수 400여 명 앞에서 열린 그의 강연은 동영상으로 유튜브(Youtube.com)에 올려져 전세계에서 이미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봤다. 이후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소개됐고, ABC방송에서도 투병기와 강의 내용이 특집 방영됐다. 미국에서 4월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이 책은 그 강의의 기록이자 속편 또는 해설서인 셈이다.

서문의 첫 줄만 보면 암 투병기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오해’다. 강의에서도 그는 자신이 ‘이야기하지 않을 것들’을 분명히 밝혔다. 암, 어린 시절의 꿈과 가족을 제외한 것, 영성과 종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는 “절대 ‘삶’에 관한 것”만 말하고 싶다고 했다. “무엇이 나를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만들까”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자신의 ‘삶’이란 것이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그것도 병원 대기실에서.

“갑자기 명료한 답이 떠올랐다. (…) 지금까지 내가 이룬 모든 것들과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어린 시절 가졌던 꿈과 목표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었다. 46년간 지녀온 그 모든 특별한 꿈들이야말로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이 아니던가.”

그의 어릴 적 꿈을 보자. ‘무중력 상태에 있어보기/NFL(프로미식축구리그) 선수 되기/『세계백과사전』에 내가 쓴 항목 올리기/커크 선장되기/봉제 동물인형 따기/디즈니의 이매지니어 되기’였다. 깜찍하고 황당무계하기도 한 이 꿈들을 그는 거의 다 이뤘다. 이런 식이다. 우주비행사는 고사하고 “그저 둥둥 떠 있어보고” 싶었던 꿈은 교수가 된 뒤 학생들을 데리고 NASA(미항공우주국) 탑승 실험에 참가하는 것으로 이뤘다. 비록 NFL 선수는 되지 못했지만 아홉 살 때 “그 꿈을 성취하려고 노력했던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얼핏 들으면 자기 자랑 같지만, 속내는 자신의 삶의 여정에 함께 했던 이들과 그들이 자신에게 준 ‘선물’에 대한 찬사다. “그냥 웃어주는 것으로 아들의 창의력을 북돋아주었”던 아버지 덕택에 방 안의 벽에 페인트칠할 수 있었고, 어릴 적 엄격한 코치로부터 축구를 배우면서 팀워크, 인내심, 열심히 노력하는 것의 가치를 배운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더듬은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친 이야기나 암을 진단받은 후에 벌어진 일화도 그는 유쾌한 코미디처럼 들려준다. 지난해 8월 15일 의사에게 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을 확인하고 아내와 함께 울면서도 방 안에 티슈가 없다는 것을 보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장소에서, 이런 때에, 크리넥스 한 통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아내에 따르면 “가장 낙천적이고 활기찬” 그는,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속마음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나는 의사들에게 그들이 어떤 수술 무기를 들이댄다 해도 기꺼이 견딜 것이며 약품 선반의 어떤 약을 주더라도 다 삼켜버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재이(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오래 살고 싶었다.”

그는 6세, 3세, 18개월짜리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마다 맘으로 작별인사를 보내며 가슴이 미어진다. “자주, 샤워 중에 울 때가 있다. (…) 아이들이 아버지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내가 잃을 것들보다 그들이 잃을 것들에 더 집착한다.” 십대 아이들의 아버지가 한번 돼보고 싶다는 그는 “그런 때가 왔을 때 재이를 도우며 곁에 있어줄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유감”이고, “침대에 누워 옆으로 몸을 돌렸을 때 당신이 거기 없을 것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라는 아내의 말엔 할 말을 잃는다.

그래서 살 수 있는 시간이 ‘몇 달’밖에 안 되는 그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1분, 1초가 미치도록 소중하다. 수퍼마켓에서 계산을 잘못해 돈을 더 지불했는데도 돈을 돌려받는 데 걸릴 5분이 아까워 그냥 떠났단다. “시간이 당신이 가진 전부며,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진다.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해라, 사과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작이다, 누군가 당신을 위해 한 일을 당신도 다른 이들을 위해 하라…. 자신이 꿈을 좇아 살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조목조목 나열한 그는 강의 말미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사실 이 강의는 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책도 강의가 끝나는 대목에서 함께 끝난다. 동영상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부인의 말이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제발 죽지 말아요.”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제프리 재슬로가 정리했다. 포시 교수가 남겨진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책 쓰는 시간을 따로 할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매일 자전거를 타는 포시를 좇으며 재슬로와 휴대전화 헤드셋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 새해 기도 웹지기 2018.12.31 245
65 모세 공연을 보고 (김수자 작가) file 웹지기 2017.07.08 453
64 하나님의 은혜 A Grace Revealed 웹지기 2017.04.07 312
63 한산, 그 빛나는 해전 그리고 살라미스 (김수자 작가) 웹지기 2017.03.28 453
62 리더를 위한 기도 웹지기 2017.01.21 813
61 12월의 시 웹지기 2016.12.23 189
60 새와 아들 file 웹지기 2016.12.20 162
59 2016 Newsletter - Spring (3) file 내려놓음 2016.03.08 250
58 2016 Newsletter - Spring (2) file 내려놓음 2016.03.08 200
57 2016 Newsletter - Spring (1) file 내려놓음 2016.03.08 177
56 중2 다루기 웹지기 2016.02.13 283
55 성탄기도 (이해인/ 발췌) 웹지기 2015.12.18 292
54 한국교회 성공이 실패의 원인 (손봉호 교수 강연 발췌) file 웹지기 2015.08.12 237
53 동성애가 시대적 추세인가? 웹지기 2015.06.26 48877
52 방문자에게 해선 안될 표현들 웹지기 2015.06.01 271
51 하나님과 싸운 링컨 웹지기 2015.05.22 294
» 가족과 함께하는 1분, 1초가 미치도록 소중 웹지기 2015.05.01 432
49 29년 걸린 말 관리자 2015.05.01 197
48 까까머리 웹지기 2015.03.21 188
47 교회 도서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 김순혜 2015.03.03 229
46 [책소개] 천로역정 Pilgrim's Progress file 김순혜 2015.03.02 846
45 [책소개] not a fan 팬인가, 제자인가 [1] 김순혜 2015.03.01 1632
44 청춘 (Samuel Ullman) 웹지기 2014.06.07 793
43 오월의 시 (이해인) 웹지기 2014.05.08 837
42 Who's Who? 김 용찬, 장 은애 집사(4부, 교회) Thankyou 2014.04.15 1237
41 Who's Who? 김 용찬, 장 은애집사(3부, 자녀교육) Thankyou 2014.04.15 1032
40 Who's Who? 김 용찬, 장 은애 집사(2부, 결혼) Thankyou 2014.04.14 1490
39 Who's Who ? 김 용찬, 장 은애 집사(1부, 신앙생활) file Thankyou 2014.04.14 1255
38 어린 나귀 예루살렘 성에 들어가다 file 웹지기 2014.04.12 851
37 나를 위한 기도 (오광수) 웹지기 2014.03.15 720
36 브라질갱들이 한인교회 돕는 이유는? 내려놓음 2014.03.06 1223
35 중요한 소리(신 경규, 조 영진 선교사님 Kakao Story에서) Thankyou 2014.01.24 1218
34 구멍나지 않은 복음 [1] file 김순혜 2013.12.14 1026
33 첫눈 (이해인) file 웹지기 2013.12.12 1240
32 니카라구아 단기선교 6명의 독수리 형제들을 생각하면서 [1] Thankyou 2013.10.11 1293
31 한국교회, 달리는 열차에서 내려라 (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내려놓음 2013.10.02 2839
30 KOSTA를 다녀와서 [1] file 김순혜 2013.07.29 1751
29 여름 일기 file 웹지기 2013.07.24 1376
28 6월을 시작하며 file 웹지기 2013.06.08 2248
27 작은 victories Thankyou 2013.06.06 1459
26 사순절의 기도--이해인 file 웹지기 2013.02.26 2892
25 오이비누 Thankyou 2013.02.22 2717
24 "카톡"세상에서 Thankyou 2013.01.10 2370
23 제직 수련회 Thankyou 2013.01.07 2428
22 베리칩 소동 file 웹지기 2013.01.02 3268
21 할아버지의 두번째 약속 [1] 요기아빠 2012.09.07 3041
20 Who's who? (네번째 이야기) file 윤서아빠 2012.04.06 3156
19 Who's who? 2번째 이야기 (관리부장 : 남경민 집사님) file 윤서아빠 2012.02.19 3307
18 Who's Who? (첫번째 이야기-전인기 선생님) [3] file 윤서아빠 2012.02.05 3539
17 새해 소원 웹지기 2011.12.30 3047
16 꽃을 보려면 웹지기 2011.09.15 3181
15 바닷가에서 웹지기 2011.08.30 3350
14 흔들리며 피는 꽃 웹지기 2011.08.30 3597
13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웹지기 2011.08.17 4597
12 제사와 추도예배 웹지기 2011.06.10 5468
11 5월21일이 종말인가?(뉴스엔조이에서 전제) 웹지기 2011.05.10 5047
10 일본을 위해 울라! 웹지기 2011.03.18 5162
9 수요통독 질문 웹지기 2011.03.03 6224
8 울지마 톤즈 [1] 웹지기 2011.02.26 5643
7 달아나세요! 웹지기 2011.02.25 5227
6 무엇을 위해 살까? [1] 웹지기 2011.02.22 5452
5 이단 비판 3: 안식교 웹지기 2011.02.16 5642
4 이단 비판 2: 구원파 웹지기 2011.01.23 5657
3 이단 비판 1: 여호와의 증인 웹지기 2010.12.30 6145
2 땅밟기 신학 비판 (김세윤 박사) [2] file 웹지기 2010.11.11 6674
1 니카라과의 아침 file 웹지기 2010.04.19 6441